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혼인·호적·사회보장 등 행정 서비스 전반에서 ‘전국 통합 처리(全国通办)’를 확대하면서, 전통적인 호적부(户口本)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개정한 「혼인등록조례」에 따라 오는 5월 10일부터는 전국 어디서나 결혼·이혼 등 혼인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본적지로 돌아갈 필요도, 호적부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혼인 신고는 양측 당사자가 유효한 신분증을 지참하고, 현재 미혼 상태이며 서로 가까운 친족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서로 작성해 제출하면 신청할 수 있다. 수수료는 무료이며, 기존처럼 한쪽 본적지에서만 처리해야 했던 제한도 폐지됐다.
이 제도는 2025년부터 시행돼 왔으며,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전면 적용된다. 이혼의 경우 결혼증과 이혼합의서를 제출해야 하며, 신청과 증서 발급은 동일한 기관에서 이뤄진다.
주민등록·호적 업무도 ‘전국 어디서나’
혼인 등록뿐 아니라 각종 호적 관련 업무도 전국 단위로 통합되고 있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이나 분실·훼손 시 재발급은 이미 전국 어느 경찰서에서나 가능하며, 2026년부터는 최초 발급까지 타지역 처리 범위가 확대됐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반과 보호자 신분증만 있으면 되며, 별도의 호적부 제출은 필요 없다.
호적 이전 절차도 간소화됐다. 종이 전입허가서와 이전증이 폐지되고, 전입지에서 신청하면 온라인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대부분 지역에서 3일 이내 처리되며, 일부 도시는 당일 처리도 가능하다.
또 대출이나 자녀 입학 등에 필요한 호적 관련 증명서는 전자문서 형태로 타지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전자 공인 도장이 찍힌 문서는 종이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호적부 사라지나?”… 완전 폐지는 아냐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호적부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호적부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법적 효력을 유지하며, 이름·성별·민족·출생일 변경이나 세대주 변경 등 주요 정보 수정 시에는 종이 호적부를 지참해 본적지에서 처리해야 한다.
부동산 이전이나 상속 등 일부 업무에서도 호적부 확인이 요구될 수 있어, 당국은 “가정의 중요 문서로 계속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억 유연 노동자도 ‘지역 제한 없이’ 사회보험 가입
이번 개편은 사회보장 분야로도 확대됐다. 2026년 3월부터 배달기사, 플랫폼 운전자, 자영업자 등 2억 명 이상의 유연 노동자는 거주지 호적과 관계없이 근무지에서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거주증이 있으면 신분증만으로 연금보험과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절차는 모바일 앱이나 오프라인 창구에서 간편하게 진행된다.
보험료 납부 방식도 유연해졌다. 소득 수준에 따라 기준의 60%에서 300%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월·분기·반기·연 단위 납부가 가능하다. 연금과 의료보험을 분리 납부하는 것도 허용됐다.
의료·연금도 ‘전국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사회보험과 의료 시스템 역시 전국 단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보험 이전 절차는 2026년 2월부터 전국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별도의 서류 없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해졌다. 처리 기간도 기존 15일에서 5일 이내로 단축됐다.
의료 분야에서는 4월 1일부터 동일 성 내 타지역 진료 시 사전 신고 절차가 폐지됐다. 다른 지역 병원에서도 동일한 조건으로 진료비 정산이 가능하다.
또 전국 80만 개 이상의 병·의원이 타지역 진료비 직접 정산 시스템에 연결돼 있으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진료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분증 하나로 대부분 해결”… 행정 패러다임 변화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신분증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대부분의 행정 서비스가 주민 신분증 하나로 처리 가능해지면서, 호적 중심 행정은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중국 당국은 국가 행정 서비스 플랫폼과 모바일 앱, 통합 창구 등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지역 기반 행정 구조가 개인 중심 서비스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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