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4주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전쟁은 예상과 달리 끝날 기미가 없다. 길어질수록 미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하나씩 드러난다. 싸울수록 손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직격탄은 유가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물류를 흔들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그 충격은 곧장 미국 인플레이션의 심장부를 파고든다. 에너지 가격은 곧 물가다. 물가는 곧 민심이다.
경제계 경고도 노골적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의 한 보수 경제학자는 “지금 미국 경제는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감당할 체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도 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둔화 역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일 뿐, 구조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전쟁 이전부터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0.7%로 떨어졌다. 잠정치보다 크게 낮다. 노동시장도 흔들렸다. 2월 비농업 일자리는 9만 2천 개 줄었다. 1월 증가분 대부분이 사라졌다.
전쟁의 첫 충격은 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급등했다. 시장 예상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7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문제는 이 수치조차 전쟁 이전 데이터라는 점이다. 유가 상승이 본격 반영되면 3월 지표는 훨씬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장은 이미 변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만에 갤런당 2.92달러에서 3.84달러로 치솟았다. 약 17% 상승이다. 경유 가격은 5달러를 넘어섰다. 물류와 농업, 결국 생활비 전반을 밀어 올린다.
이건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의 비용이 동시에 들썩인다. 미국 외교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교란이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성장률은 최소 1%포인트 낮아진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더 직설적이다.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이 50%를 넘어섰다고 봤다. 사실상 침체 쪽으로 기운 상태다.
연준도 흔들린다. 3월 FOMC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전망은 올렸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상향됐다.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식고 있다.
시장 분위기도 급변했다. CME에 따르면 연말 금리 동결 또는 인상 가능성은 일주일 사이 23.5%에서 51.2%로 뛰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미국이 이미 ‘준 스태그플레이션’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버티는, 정책 당국에 가장 까다로운 국면이다.
결국 문제는 전쟁이다. 백악관은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전장의 폭발음은 주유소 가격표로 바뀌고, 국민의 지갑을 직접 압박한다.
영국 가디언의 표현처럼, 이번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비싼 전쟁’으로 변했다. 전쟁의 이익은 희미해지고 비용만 남는다. 화약고는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으로 바뀌었다.
결국 미국의 중동 군사 모험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것은 석유인가, 아니면 화약인가.
지금 불타는 대상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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