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페르시아만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까지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동 동맹국들이 후티 반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중동 전문가 아담 바론은 “후티가 분쟁에 본격 개입할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며 “수에즈 운하와 이집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더 깊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은 이미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후티 정치국 인사 모하메드 알부하이티는 20일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만데브 해협 봉쇄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방아쇠에 손을 얹고 있다. 예멘의 참전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만데브 해협은 대서양·지중해·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수에즈 운하와 함께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및 물류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군사·재정 지원을 받아온 대표적 대리 세력으로, 지난 2년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과정에서도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왔다. 이로 인해 다수 선박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운송 기간과 비용이 급등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후티 거점을 공습했지만, 조직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가자지구 휴전이 성사되면서 홍해 공격도 일시 중단됐으나,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면서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현재 이란은 인도양으로 향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강하게 통제하며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를 우회해 원유를 홍해 연안 항구로 운송하는 대체 경로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후티가 장악한 해안선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바론은 “후티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이란이 또 다른 해상 수송망을 차단해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면, 후티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내부 정치와 민심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무리한 참전이 자국 내 희생으로 이어질 경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와 후티는 2022년 휴전 합의 이후 상호 공격을 자제해왔다.
미국과 사우디 역시 후티의 전면 개입을 막기 위해 외교적 접촉을 유지하며 긴장 관리에 나선 상태다. 한 미국 관리는 “사우디는 후티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도 불필요한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안보 분석가들은 현재 후티가 즉각 행동에 나서기보다 ‘최후의 카드’로 개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중동 안보 리스크 자문회사인 '바샤 리포트(Basha Report)'의 설립자이자 전문가인 모하메드 알 바샤는 “후티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 축’의 신호를 기다리며 행동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을 수 있다”며 “이는 향후 협상에서 활용할 전략적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후티의 선택에 따라 중동 분쟁이 페르시아만을 넘어 홍해와 수에즈 운하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의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그 파장은 중동을 넘어 전 세계 경제로 빠르게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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