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유럽연합(EU)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역내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2027년 말부터 본격 시행한다. 관세가 아닌 노동·공급망 기준을 시장 접근 조건으로 연결하는 제도로,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대응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EU의 ‘강제노동 제품 금지 규정(Regulation (EU) 2024/3015)’은 2027년 1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은 EU 시장에서 판매·유통할 수 없으며 EU 밖으로 수출하는 것도 금지된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제도가 아니라 원산지와 산업을 불문하고 적용된다.
EU는 규정 시행에 앞서 지난 6월 가이드라인과 강제노동 위험 데이터베이스 등 관련 지원체계를 공개했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뿐 아니라 원재료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까지 강제노동 위험을 파악하고 공급망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당국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강제노동이 사용됐다는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정식 조사에서는 제품의 제조업체와 생산자, 공급업체, 수입·수출업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의 자료 제출 기간은 원칙적으로 최소 30일에서 최대 60영업일이다. 기업 규모와 공급망의 복잡성 등도 고려된다. 조사 결과 강제노동이 확인되면 해당 제품의 EU 시장 출시와 유통이 금지되고 이미 판매망에 들어간 제품에는 회수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중국 수출기업에는 제품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공급망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입증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완제품 업체가 직접 강제노동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원재료나 부품 공급 단계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관련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 단계가 복잡하고 협력업체가 많은 섬유·의류, 태양광, 전자제품 등은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할 분야로 꼽힌다. 대기업은 공급망 관리시스템과 전문인력을 갖추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중소 제조업체에는 자료 관리와 추적 시스템 구축 자체가 추가 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규제를 중국 제조업만을 겨냥한 조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EU는 기업 규모나 생산국에 관계없이 EU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주목되는 것은 EU의 무역장벽이 관세를 넘어 환경·노동·공급망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이어 노동 문제까지 시장 접근 조건과 연결되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른바 ‘규제 비용’도 커지고 있다.
2027년 시행될 강제노동 제품 금지 규정은 중국 제조업에도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럽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만으로 경쟁하던 시대를 넘어 제품이 어디에서, 어떤 공급망을 거쳐 생산됐는지를 입증하는 능력까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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