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서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이 주요 업무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한 사건이 법정까지 갔다. 재판부는 한국어 사용이 해고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회사의 업무평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싱가포르 고용청구재판소 판결문에 따르면 한 여성은 2025년 4월 한 회사에 지역 내부통제 감사 매니저로 입사했다. 6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기 직전 회사는 업무성과가 정규직 전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직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 가운데 하나는 회사에서 사용된 한국어였다.
회사의 공식 업무언어는 영어였으며 해당 직책에도 한국어 능력이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직원은 직속 상사와 재무 담당자, 최고재무책임자 등 고위 직원들이 주요 업무 논의와 의사결정을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에서 업무 우선순위와 기대 수준이 결정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언어 능력이 직장 내 차별의 근거가 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실제 해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식 업무 관련 문서도 영어로 작성됐다.
대신 회사의 수습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직원에게 협업과 추진력, 업무 이해도, 의사결정 등 10개 역량에 대한 평가가 적용됐지만 상사는 각 항목에서 요구되는 업무 수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던 수습평가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고 일부 업무 목표의 평가 비중은 직원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변경됐다.
재판부는 회사가 제시한 평가 결과만으로 직원의 업무능력이 정규직 전환 기준에 미달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라고 보고 회사에 3만 싱가포르달러와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어 사용 자체를 직장 내 차별로 인정한 사례는 아니다. 다만 공식 업무언어와 실제 조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경우 일부 직원이 업무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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