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한국에서 살아가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를 따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에서 들어온 아이들 상당수가 한국을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가 고려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5%가 한국에서 계속 거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재외동포청이 지난해 8월 개최한 국내 동포 정착지원 정책대화에서 공개됐다.
한국에 남고 싶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정착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재외동포청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한국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 청소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열린 전문가 포럼에서는 언어와 교육, 진로 문제가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정부의 국내체류동포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된다.
재외동포청이 개청 이후 처음 실시한 실태조사는 국내 동포 1,1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 당사자 등을 심층면접했다. 조사 결과 자녀를 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녀가 초·중·고교 학령기에 있었으며, 자녀교육의 어려움으로 학습지도 37.8%, 교육비 26.7%, 교육정보 21.0%를 꼽았다. 학교에서 필요한 지원으로는 진로·진학과 상담, 출신국 언어 및 출신국어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 등이 제시됐다.
정체성 문제도 눈에 띈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국내 체류 동포의 74.2%가 자신을 한민족이라고 인식했다. 국적과 성장 환경은 달라도 한국과 연결된 뿌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다.
정부도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청소년에게 한국어·한국사 교육과 공교육 적응, 진로탐색,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한 「미래이음」에서는 한국어와 고려인 역사, 한국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진행됐다.
올해부터는 고려인을 역사적 특수성을 지닌 동포로 명시하고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적응 지원을 강화했다. 국내 정착을 희망하는 동포청년에게 교육·취업·정착을 연결하는 통합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했다.
고려인 청소년 92.5%가 한국에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는 수치는 이들의 귀환이 일시적인 이동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과제는 이 아이들이 한국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언어와 교육, 진로의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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