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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훔칠라' 걱정했는데… 반대로 中 눈치보는 유럽車 업계"

  • 허훈 기자
  • 입력 2025.04.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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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으로 유럽 전통 자동차 메이저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과거와는 정반대의 기술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장문의 보도를 통해 "유럽이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첨단 기술 주도권을 잡은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유럽 업계의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20년 전 독일 엔지니어들은 중국 합작사가 제시한 신차 프로토타입을 두고 "독일 차량 광고에서 오려붙인 것"이라며 조소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 독일 자동차 소프트웨어 임원은 "그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없이 모방만 한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유럽의 우월의식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 독일 자동차사 임원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이미 상용화한 기능과 동일한 차량 운영시스템 개발 요구사항을 접한 뒤 "우리는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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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도약이 자리잡고 있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17~35.3%의 반보조금 관세를 추가 부과했지만, 배터리·자율주행·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 기술 의존도를 높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BMW 등 유럽 주요 제조사들이 잇따라 중국 기업과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산업 행동계획에서 중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 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이나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외국 기업에 요구했던 '시장 접근 대가' 방식을 유럽이 역수입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런던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엘리자베타 코르나고 수석 연구원은 "유럽이 자부심 갖던 분야에 외국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인정"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호소되고 있다. 스웨덴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아인라이드(Einride)의 로버트 팔크 CEO는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타자를 과소평가했다"며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 상하이 소속 자동차 기술 전문가 레이먼드 창은 "2020년 이후 외국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점유율 1/3을 잃으며 생존을 위한 협력이 필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폭스바겐이 2023년 7월 중국 전기차 신흥기업 샤오펑(小鵬)에 7억 달러를 투자한 뒤 공동 개발에 나선 사례는 기술 주도권 이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 명의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이 광저우와 허페이 현지에서 중국 기업의 지능형 주행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 학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식 전환이 더딘 모습이다. 중국 현지 유럽계 임원은 "서구 기술 우월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믿음이 남아있다"며 "이것이 자만심이든 순진함이든, 진정한 혁신은 '자유 사회'에서만 나온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서구 기업이 실패했음에도 중국의 부상을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EU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업계 내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먼저 자충수를 두고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차량 퇴출 정책과 러시아 저가 에너지 공급 차단을 문제로 꼽았다. 메르세데스-벤츠 CEO 올라 켈레니우스는 "보호주의 강화가 유럽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개방적 시장 경쟁을 촉구했다.


FT는 지적재산권 문제에서도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서구 기업들이 중국 진출 시 기술 유출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술이 협력을 통해 유럽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유럽이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판도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럽과 중국의 새로운 공생 방정식 모색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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