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수의 시상식 사진 속 가슴의 일장기를 지워낸 언론의 ‘침묵 없는 항의’가 89년 만에 다시 조명됐다. 국가보훈부는 이 사건을 2025년 ‘8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 남승룡 선수의 쾌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다. 그러나 일본 식민 당국의 검열이 극심하던 시기, 조선중앙일보는 8월 13일 자 지면에 시상식 사진을 싣되, 두 선수 유니폼 가슴에 박힌 일장기를 지운 채 게재했다. 동아일보 역시 흐릿하게 수정된 사진을 실었고, 결국 같은 달 25일 동아일보 석간은 아예 일장기를 완전히 삭제한 사진을 실으며 언론의 저항은 극점에 달했다.
이 사건은 일본 당국의 눈에 띄었고, 즉각적으로 동아일보의 발매 및 배포가 금지되었다. 경찰은 편집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연행했고, 동아일보는 열흘 뒤인 8월 28일부터 무려 10개월간 정간됐다. 조선중앙일보도 자진 휴간을 선언하며 같은 해 폐간 수순을 밟았다.
국가보훈부는 이 사건을 두고 “단순한 언론 탄압이 아니라, 식민 지배에 맞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던 언론의 항거이자 민중의 자존을 지키려는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소식조차 일본 국기 하에서 보도돼야 했던 현실 속에서, 언론인들은 무언의 방식으로 ‘우리의 선수’임을 지켜냈다.
‘일장기 말소사건’은 일본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그에 맞선 언론의 자각과 투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식민지 시기 조선 언론의 현실과 저항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보훈부는 “언론이 목숨을 걸고 지워낸 그 작은 표식 하나가 당시 조선 민중에게는 큰 위로이자 자부심이었고, 침묵하지 않은 기록의 힘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매달 ‘이달의 독립운동’을 선정하기 위해 국민 추천을 받아오고 있다. 올해 8월의 후보로는 정미의병(1907), 대동창의단 결성(1908), 성명회 조직(1910), 조선사회당 조직(1917), 대한여자애국단(1919), 신한청년당 창당(1918), 대구 24부대 학병 탈출 사건(1944), 조선건국동맹 조직(1944) 등이 올랐다.
손기정의 발자취 위에 언론의 의지가 겹쳐지며, 2025년의 우리는 다시 한 번 “지워낸 일장기” 속에 깃든 자유와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BEST 뉴스
-
전 세계 한글학교, 민화로 하나되다
△제14회 발표회(10.20) 개최식 기념촬영 ©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동포투데이]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공동대표 박인기·김봉섭)은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통문화원에서 제14회 발표회를 열고, 한국 민화를 주제로 한글학교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
中 외교부, 희토류 수출 규제 관련 입장 재확인
[동포투데이] 중국 외교부가 희토류 수출 규제 정책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10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희토류 수출 관리 조치는 체계 규범화와 제도 완성을 위한 것으로,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 의무 이행이 목적... -
시진핑, 이재명에 샤오미 스마트폰 선물…“백도어 확인해보라” 농담
[동포투데이]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열린 회담 자리에서 서로 선물을 교환하며 친선을 다졌다. 시주석은 이대통령과 부인에게 샤오미 플래그십 곡면 스마트폰과 전통 문방사우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스마트폰의 통신 보안 문제를 농담 삼아 묻... -
“중국이 아니라 변화가 두렵다” — 한국 내 반중 감정의 진짜 이유
[동포투데이]서울 명동의 한 카페. 28세 직장인 지수 씨는 휴대전화에 뜬 ‘중국 전기차, 한국 시장 점유율 15%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장 ‘화나요’ 버튼을 눌렀다. “또 시장을 뺏긴다는 건가요?” 이런 반응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
트럼프-시진핑, 한국서 회담…양국 “소통은 유지, 결과는 미지수”
[동포투데이]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30일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 앉는 자리로, 미·중 간 대화와 분쟁 관리 채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
“아기만은 살려야”…오산 화재서 두 달 된 아기 이웃에 건넨 중국인 여성, 추락사
[동포투데이] 20일 새벽 경기도 오산의 한 상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국인 여성이 두 달 된 아기를 이웃에게 건네 탈출시키고 자신은 불행히도 추락해 숨졌다. 오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5분께 오산시 한 5층짜리 상가주택에서 불이 났다. 5층에 거주하던 30대 중국 국적 여성은 불길이 ...
실시간뉴스
-
“죽음이 다가올 때, 몸이 보내는 5가지 신호”
-
다문화 어머니 농구단, 용산구청장배서 또 연패… “내년엔 꼭 이긴다”
-
“중국이 아니라 변화가 두렵다” — 한국 내 반중 감정의 진짜 이유
-
외국인 향한 혐오 표현, 경찰 “사회적 해악…단호히 대응”
-
“경비 공백이 참사 불렀다”… 정부,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발표
-
“아기만은 살려야”…오산 화재서 두 달 된 아기 이웃에 건넨 중국인 여성, 추락사
-
개그맨 이진호 연인 자택서 숨져…“범죄 혐의점은 없어”
-
월성원전 또 중수 유출…올해 두 번째 “안전 불안 여전”
-
“거절했을 뿐인데”…홍대서 중국인 여성 인플루언서 폭행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