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80주년 광복절을 둘러싸고 여야의 메시지는 곧바로 정치적 규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부역자”이자 “광복 후 태극기를 흔들던 친일 부역자와 다를 바 없다”고 겨냥했고, 국민의힘 일각의 피켓 시위를 “정치적 쇼”로 규정했다. 기념일의 의미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곧 역사와 민주주의의 언어를 동원한 프레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에서 “광복절은 독립영웅의 희생과 민주주의 승리를 기리는 날인데, 국민의힘은 경축식을 당권 홍보용 무대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이 경축식장에서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피켓을 든 것을 두고는 “독립영웅과 시대정신을 훼손한 정치적 쇼”라고 지적했다. 또 송언석·전한길·장동혁·김문수 등 인사들을 열거하며 “윤석열·김건희 정권 내내 침묵하던 이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발목잡기와 당권 다툼에 몰두하며 광복절마저 모욕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번 논평은 민주당이 기념일 담론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제 설정 전략임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위한 동원 전략으로 읽힌다. ‘계엄·내란 방조’라는 과거 프레임을 현재의 보수야당 행위와 접합해 연속성을 부여하고, ‘친일·독재의 후예’라는 낙인을 통해 상대의 현재 행위를 역사적 책임과 결부시키는 방식이다. 광복절이라는 상징 자원을 통해 ‘누가 이 날의 의미에 합당한가’라는 규범 경쟁으로 전장을 바꾸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기념식장에서의 피켓 시위는 당권 경쟁의 조기 점화를 보여주는 장면이자, 강경 보수 노선과 중도 확장 노선이 충돌하는 균열을 드러내는 신호였다.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 메시지를 내는 행위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지만, 중도·청년층에는 정치혐오를 자극할 수 있다. 정권 상실 이후 책임과 혁신, 재건의 서사를 정리할 주체가 분산된 채 개별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조직 전략의 공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윤석열 전 정권과의 거리두기를 둘러싼 난제 역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민주당의 프레임 전략은 지지층을 결속하고 의제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역’ ‘친일’ 같은 강한 어휘는 중도층에 과도한 낙인으로 비칠 수 있어, 구체적 팩트 축적이나 후속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피로감을 부를 위험도 있다. 국민의힘 역시 기념식장 퍼포먼스 중심의 단기 효과에 머물면 오히려 정치혐오를 키울 수 있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정치 효과는 결국 누가 중도층의 피로 한계를 넘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이 역사와 민주주의의 언어로 프레임의 중심을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한 말의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내부 정비와 책임 정치의 복원을 통해 성찰과 대안의 서사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강한 언어에서 정책 성과와 민생 어젠다로 메시지의 균형을 옮기는 리듬 전략이 필요하다.
기념일의 상징정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 가려면 강한 말이 아니라 정합적인 행동, 검증 가능한 성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양당 모두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광복 80주년 이후 정치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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