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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들판에서 만난 전통의 숨결 — 연변의 추석, 문화로 익다

  • 화영 기자
  • 입력 2025.10.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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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가을 볕이 무르익은 10월 초, 황금빛 벼이삭이 물결치는 연변 화룡시 동성진 광동촌(光东村)이 들썩였다. 중추절(추석)을 맞아 ‘다채로운 연변·아름다운 비물질문화유산(非遗)’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5년 중추절(추석) 비물질문화유산 시리즈 행사가 이 마을에서 성대히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연변조선족자치주 문화방광국과 화룡시 정부가 공동 주최했다. 벼 냄새가 감도는 들판 한가운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민족의 정서가 교차하는 비물질문화유산의 향연이 펼쳐지며 마을은 하루 종일 웃음과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오후 3시께, 광동촌 문화광장은 북소리와 함성으로 들끓었다. ‘윷놀이 체험존’에서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를 즐겼고,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농민무용단이 힘찬 장단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광장 주변에는 민속화 그리기, 장기두기 등 다양한 체험 구역이 설치되어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즐겼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명절 특유의 흥겨움이 마을 전체를 감쌌다.


주 행사장 한편에서는 전통 ‘대상(大床)’ 잔치가 차려졌다. 막 찧어낸 인절미의 쫀득함, 새콤한 김치의 향, 시원한 냉면 한 젓가락, 그리고 구수한 순대 냄새가 어우러져 손님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농특산물 전시대에는 연변 쌀, 목이 버섯, 인삼 등 향토 제품이 진열되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진공포장, 선물세트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며 ‘문화 체험’과 ‘지역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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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에서는 농악무, 장고춤, 도미춤 등 국가급·성급 비물질문화유산 공연이 잇따라 펼쳐졌다. 두 노인의 민요 대화창, 가야금 연주 등도 이어지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내몽골에서 온 관광객 동(董)씨는 휴대전화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이런 공연은 처음 본다. 연변의 문화가 이렇게 다채로운 줄 몰랐다. 다음에는 가족을 꼭 데리고 오겠다”고 감탄했다.


해가 기울자 행사장은 다시 한 번 열기로 들끓었다. 주민들이 함께 ‘밀짚용(稻草龙)’을 들어올려 달리며 협력과 단합의 상징을 표현했다. 이어진 ‘풍년 기원식’에서는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내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했다. 밤이 깊자 모닥불이 환히 타올랐다. 여러 민족의 주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다. 언어와 혈통이 달라도, 웃음과 리듬은 하나로 이어졌다. 붉은 불빛 아래의 춤사위는 ‘중화민족 공동체’의 따뜻한 상징으로 남았다.


중추절(추석)은 중국 조선족의 가장 중요한 전통 명절 중 하나로, 2011년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햅쌀로 만든 인절미와 송편, 그네뛰기와 씨름 같은 민속놀이가 전해져 내려오며 공동체의 유대를 다져왔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만나 문화적 자긍심을 새롭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달빛이 풍년의 들판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노랫소리가 황금빛 벼이삭 사이를 스쳐간다. 연변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비물질문화유산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함께 웃고 춤추며 ‘풍요와 화합의 노래’를 이어가고 있었다.(사진출처: 연변신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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