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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들의 반중(反中) 행보, 그 속사정은 ‘경제 공포’

  • 허훈 기자
  • 입력 2025.10.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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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최근 유럽의 소국들이 연이어 중국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리투아니아, 벨기에 등 인구를 모두 합쳐도 4천만 명이 채 안 되는 나라들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공세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이들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군사적 압박을 가한 적은 없음에도, 이들은 마치 ‘공통의 적’을 발견한 듯 반중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자유와 인권 수호”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경제적 생존 위기감이다. 스위스는 정밀 제조와 금융, 덴마크는 풍력과 산업 디자인, 핀란드는 통신과 청정기술, 리투아니아는 IT와 농업기술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 경쟁력 급부상으로 이 ‘엘리트형 경제’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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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통신장비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매출 급감과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했고, 지난해에는 핀란드와 스위스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연쇄 파산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시장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재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 불안은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중국을 ‘제도적 위협’으로 규정하면 국내 여론의 불만을 돌릴 수 있고, 동시에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가 2021년 대만대표처 설립을 강행한 뒤 미국으로부터 수억 달러 전략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중국 기술 의존 축소를 주장하며 독일과 프랑스 방산 기업과 협력을 확대했고, 덴마크는 “중국이 그린란드 자원을 노린다”고 주장해 미국 국무부의 ‘주권 지지’ 발언을 이끌어냈다. 즉, 반중은 외교적 존재감을 높이고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 된 셈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이 현상을 기술 경쟁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지난 3월 내부 발언에서 “유럽 소국들의 반중 정서는 기술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중국 엔지니어들이 3개월 만에 배터리 생산 효율을 85%에서 99%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런 속도는 유럽 산업 체계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중국과 미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샴쌍둥이처럼 얽혀 있다”며 “기술 봉쇄나 디커플링은 양쪽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중을 외치면서도 유럽은 여전히 중국 경제에 기대고 있다. 스위스는 중국 자본의 금융 투자를 활용하고, 덴마크는 중국 기업의 풍력 부품 공급이 있어야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 있으며, 핀란드는 화웨이를 제한하면서도 중국 배터리 기업의 공장을 승인했다. EU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대중 의존 축소를 주장하지만, 실제 보고서에는 “경제적 연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가 늘 붙는다. 정치적 제스처로 반중을 연출하면서도 경제적 탈중국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중국 관광객에게 과도한 검문을 하거나, 아프리카 일부 정권은 ‘채무 함정론’을 반복한다. 실제로 중국 투자가 도로·전력·학교 등 인프라를 개선했음에도,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중국 탓’을 외치며 책임을 전가한다. 남미 일부 국가도 중국의 저리 대출을 받으면서 ‘경제 주권 침해’ 프레임을 이용한다. 결국 반중 담론은 경제 불안과 정치 포퓰리즘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200여 개국 중 모든 나라가 중국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노골적인 반중 정서가 확산된 배경에는 하나의 공통된 감정이 있다. 중국이 너무 빨리 앞서갔다는 두려움이다. 중국의 부상은 누군가의 부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기존 특권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하지만 국제 질서는 냉정하다. 결국 강한 쪽이 규칙을 정한다. 1980년대 일본을 향한 ‘일본 위협론’이 거품 붕괴와 함께 사라졌듯, 중국이 기술과 산업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면 오늘의 반중 소국들도 다시 협력 논리를 꺼낼 것이다.


결국 소국들의 반중 행보는 구 질서 붕괴 전의 마지막 반사광에 불과하다. 중국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비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 실질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다. 태양광, 전기차, 디지털 인프라 등 중국이 보여주는 효율과 확장력은 이미 세계의 필수 자원이 되고 있다. 이 현실 앞에서 반중 구호는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소국들이 중국을 비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이 그들의 안락한 시대를 깨웠기 때문이다. 중국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단지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앞서 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언제나 그렇듯, 결국 실력 있는 쪽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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