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독일 정부가 ‘대중(對中) 의존도’ 축소를 강조하며 무역정책 전반의 재점검에 나서는 가운데, 정작 독일 주요 산업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 시각) “베를린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화학·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독일 경제의 구조적 딜레마를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이 중국에서 거두는 수익은 여전히 막대하고, 이를 대체할 시장과 공급망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유럽 싱크탱크는 2023~2024년 독일 기업의 대중 직접투자가 13억 유로 늘며 총 57억 유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회의에서도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거리를 벌릴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기업·정부·노동자·소비자 가운데 어느 주체도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업의 수익 감소, 소비자 부담 증가, 고용 축소, 정부 재정 부담 등 어느 선택에도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구조적 난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MERICS는 2020~2024년 독일의 대중 투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자동차업체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2023~2024년 자동차 분야 투자 증가율은 69%에 달해 42억 유로로 크게 뛰었다.
독일 3대 완성차 업체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에게 중국은 이미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BMW는 중국 선양의 배터리 프로젝트에 38억 유로를 투입했고,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 SUV를 유럽으로 다시 수출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주요 전략회의를 베이징에서 열고 중국 전용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제2의 핵심 시장”으로 규정하며 현지 기업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화학·기계 분야에서도 대중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최근 중국에 87억 유로 규모의 종합 단지를 새로 열었다.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보쉬(Bosch) 역시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동시에 독일 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기업들은 중국산 희토류·반도체·부품을 다른 지역으로 대체할 경우 생산 비용이 급증하며,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데 최소 수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셰플러의 고위 임원은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3~5년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명분으로 대중 무역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독일은 에너지·원자재 공급, 핵심 인프라 투자, 중국 의존도 등을 포함한 전반적 구조 조정을 검토 중이다. 메르츠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국가안보위원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독일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17일 중·독 고위급 재무대화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 현 정부 들어 첫 장관급 방중이다. 클린바일은 출국 전 “중국과의 직접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월 “중·독 관계는 지난 53년간 상호 존중과 협력 속에서 발전해 왔다”며 양국 간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안보·기술 전환이라는 복합적 과제 속에서 양국이 어떤 조정과 조율에 나설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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