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이재명 대통령의 새해 첫 정상외교가 중국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은 1월 4일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일정 말미에는 상하이로 이동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동시에, 한중이 공유해온 역사적 접점을 환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방중 직후 유튜브 ‘출판저널 정윤희의 북토크’에 신간 『중국은 있다』(부제 ‘부상한 중국을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의 저자 조창완 작가가 출연해 한중관계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었다. 조 작가는 1999년 결혼을 계기로 중국으로 건너가 10년간 현지에 거주했고, 현지 언론 활동과 취재를 바탕으로 중국 관련 저서를 다수 집필해 왔다고 소개됐다. 그는 한국 귀국 후에도 공공·민간 영역을 오가며 중국 투자·교류 분야를 맡았고 대학 강의도 했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이번 정상회담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성사된 배경과 관련해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이야기해 볼 만한 대통령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방중에 앞서 1월 2일 중국 CCTV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인터뷰를 접했다며, 대통령이 “중국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한중 경제관계가 ‘한국의 자본·기술’과 ‘중국의 노동력’이 결합한 수직 분업 구조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자본과 기술에서도 크게 올라선 만큼 “수평적 교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방중에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점도 언급했지만, 그는 “중국의 수준이 이미 크게 올라 어떤 분야에서 한국이 먹거리를 찾아낼지가 가장 고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대중 인식 악화에 대한 대목에서는 사드(THAAD) 배치 국면과 코로나 팬데믹을 주요 분기점으로 꼽았다. 조 작가는 2016년 사드 결정과 2017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이 이어졌고, 이후 코로나로 교류 자체가 끊기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위기설·붕괴설 같은 자극적 콘텐츠를 반복 소비하게 만들면서 중국을 단시간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확산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거리 현수막 등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 같은 주장들이 유통되는 현실을 거론하며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문제”라고도 했다.
관계 복원의 속도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이번 회담은 시작 단계”이며 “지금 당장 성과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다. 그는 ‘이익을 말하기 전에 의(義)를 말하라’는 맹자의 구절을 언급하며, 이번 방중을 “친구가 되는 계기”로 규정했다. 이후 시간이 쌓여야 비즈니스 교류도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한류·문화교류의 재개 가능성도 화두였지만, 조 작가는 정상회담의 공식 발표에선 관련 내용이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영부인 차원의 논의에서 공연 등 문화 교류를 함께 추진하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던 점을 “징후”로 봤다. 그는 “당장 열어주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지면 의미 있는 변화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담의 중심은 결국 ‘대중 전략’이었다. 조 작가는 중국이 과학기술·AI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선두권에 올라섰다고 강조하며, 네이처 인덱스 등 국제 연구성과 순위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중국의 투자와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버전이 올라간다”는 취지로 말하며, 한국이 이제 중국과 무엇으로 경쟁·협력할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제조업의 기존 분업 구조가 약해진 상황에서, 대중 수출이 과거처럼 돌아가기 어렵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 대신 그는 한국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농업과 관광(문화 포함)을 거론하며, “거대한 시장을 옆에 둔 것은 큰 기회”라고 했다. 다만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로 손실을 보는 방식이 반복돼선 안 되며, 5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문제를 놓고는 시각차도 드러났다. 진행자는 현장에서 느낀 ‘방치’와 ‘전시·콘텐츠 부족’을 아쉬움으로 언급했지만, 조 작가는 “신천지 일대가 개발된 가운데 그 구역만 재개발이 안 된 것은 중국 정부가 지켜준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그 일대의 토지가치를 언급하며, 현지 주민 입장에선 재개발 제한이 부담일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외교력과 현실적 대안을 갖고 보존·활용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존 방식은 단일하지 않으며, 한국 사회의 동의 속에서 중국과 협의해 ‘공생’ 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작가는 중국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문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책의 한 축인 ‘소설로 읽는 중국 현대사’ 파트에서 모옌, 위화, 류츠신 등의 작품을 시대 순으로 배열해 민중이 체감한 역사와 사회를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을 제대로 알고 상대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고 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중국을 싫어하면서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려는 태도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방중은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을 갖지만, 동시에 한국의 숙제가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구조 속에서 한중관계를 다시 꿰맞추는 것은 외교 이벤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조 작가가 강조하듯 핵심은 “한국이 거대한 질서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가”에 있다. 한중관계의 온도는 정치·안보의 파고에 흔들리기 쉽지만, 그럴수록 감정과 선입견을 넘어선 전략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대담은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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