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1년 만에 국제 질서가 크게 흔들렸지만, 그 여파로 세계 여론은 오히려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자사 편집위원인 이반 크라스테프의 기고를 통해 “트럼프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세계는 중국에 끌리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스테프는 미국 사회와 국제사회가 수십 년간 이어진 워싱턴의 ‘이중 기준’과 자유주의적 도덕 설교에 피로를 느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패배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의 재등장을 미국 외교에서 ‘위선의 종식’으로 규정했다. 과거 미국은 석유 부국을 공격할 때 민주주의나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의 목적이 석유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을 예로 들었다. 다만 그는 위선이 사라졌다고 해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실제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최근 21개국 약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든 조사 대상국에서 ‘향후 10년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다수의 응답자는 이를 자국과 세계에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였다.
크라스테프는 그 배경으로 중국의 실물 영향력을 들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은 중국산 전기차를 타고, 중국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며, 중국 기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자국이 설정한 범위를 넘어 공격적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의 리더십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빗대 설명했다. 통치자는 사랑받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하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두려움을 택해야 한다는 논리를 트럼프가 그대로 따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계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라스테프는 “강대국일수록 힘이 흔들리는 순간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전쟁 자체보다 중국의 대응이 더 주목받았고,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군 군사력 과시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가 국제사회에 더 크게 부각됐다.
그는 특히 “트럼프는 중국을 부러워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산업 역량의 규모를 동경하는 동시에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그 결과 “워싱턴이 베이징을 따라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권력은 복종과 동조를 낳지만, 충성을 낳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CFR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16%만이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했으며, 20%는 ‘적 또는 경쟁자’로 봤다. 반면 중국을 ‘필요한 파트너 또는 동맹’으로 인식한 비율은 남아프리카공화국(85%), 러시아(86%), 브라질(73%)에서 높게 나타났다. 중국을 ‘적대국’으로 본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예외적이었다.
기사는 “세계는 중국을 보다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최소한 과거처럼 중국을 경계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일련의 정책 선택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뒷받침했고, 국제 질서의 다극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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