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4일(현지시간) ‘강해지는 중국, 불안한 유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여러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진 반면 미국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는 2025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21개국 약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다수 국가에서 ‘미국을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본다’는 응답 비율이 2024년 11월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이 두드러졌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한 응답자는 16%에 그쳤고, 20%는 미국을 경쟁자 또는 적대적 존재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지도부의 대(對)유럽 발언을 지목했다. 지난해 2월 미 부통령 J.D. 밴스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유럽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점,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유럽이 ‘문명 소멸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표현이 포함된 점 등이 유럽 내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개인에 대한 평가도 여러 국가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2024년 11월 트럼프 당선이 자국에 긍정적이라고 본 응답자가 84%였으나, 1년 뒤에는 53%로 줄었다. 다른 조사 대상국에서도 유사한 하락세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를 종합한 연구진은 “글로벌 호감 경쟁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쟁자인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중국을 동맹 또는 ‘필수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응답 비율이 높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과 EU 시민의 약 절반 역시 중국을 동맹 또는 협력 파트너로 본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세계 질서가 다극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은 남아공·러시아·브라질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국가 발전의 기회로 인식되는 반면, 영국과 EU 국가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개 EU 국가 가운데 자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 응답자는 18%에 그쳤으며, 영국에서는 9%로 더 낮았다.
이번 여론조사에 참여한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영국 역사학자 티모시 개턴 애시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유럽인들은 미국에 안보를, 중국에 번영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스스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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