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의 대이란 원유 거래 제재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제재 준수를 금지하는 ‘차단 명령’을 처음으로 발동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중국의 대응이 기존보다 한층 강경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이 중국 기업 5곳에 대해 이란 관련 제재를 가하자,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 저지 방법(阻断办法)’에 근거한 금지 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명령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인정하거나 집행, 준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1년 관련 규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실제 적용된 사례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중국이 자국 기업에 미국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공식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기존에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준수는 묵인해왔으나,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보도는 또 미국이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 등에 대한 제재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 제재 체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장자잉 부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일회성이 아니라 중국의 정책 대응 수단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기업 메타의 중국계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수 시도가 국가안보 심사 과정에서 중단된 바 있다. 이는 관련 제도 시행 이후 AI 분야에서 공개적으로 제동이 걸린 사례로 알려졌다.
‘저지 방법’은 외국 법률의 부당한 적용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일부 중국 민영 정유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의 자산 동결 및 거래 제한 조치 대상에 포함돼 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상대적으로 미국 금융 시스템 의존도가 낮고 위안화 결제를 활용할 수 있어 제재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기업이 금지 명령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선별적 대응’으로 평가한다. 대외경제무역대학 지문화 교수는 중국 매체 기고문에서 “이번 조치는 특정 제재의 중국 내 효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전면적인 보복 조치로 확대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은 갈등을 관리하면서 향후 협상 여지를 남기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도 경계 입장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제재를 회피하려는 기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 리스크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도미닉 추 분석가는 “미국이 2차 제재 범위를 금융기관 등으로 확대할 경우 중국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로, 일부 물량은 민영 정유업체를 통해 유입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제재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점차 강화되는 양상이다.
대외경제무역대학 최판 교수는 “제재 확대가 에너지 공급망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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