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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 작사가 톈한의 비극

  • 허훈 기자
  • 입력 2026.02.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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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국가(國歌) ‘의용군 행진곡’의 가사를 쓴 톈한(田汉)은 1968년 ‘영구 제명’이라는 낙인을 찍힌 채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당시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억울한 사망이라는 사실은 수년이 지난 뒤에야 드러났다. 그의 아내 역시 남편의 명예가 회복되기 직전 세상을 떠났다.


시나닷컴(新浪网)의 ‘톈한 대사 연표’에 따르면, 톈한은 후난성 창사 출신으로 일본 유학을 통해 근대 사상과 문예 이론을 접했다. 귀국 뒤에는 신문화운동에 참여하며 문학과 연극을 사회 변혁의 도구로 삼고자 했다. 1930년대 초 중국 좌익작가연맹을 결성해 활동했고, 1932년에는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 그의 예술은 일찍부터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향한 발언이었다.


1935년 영화 《풍운아녀》의 주제가로 발표된 ‘의용군 행진곡’은 그 결정체였다. 이 노래는 항일 전쟁기 중국 사회의 저항과 분노를 집약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국가로 채택되면서, 톈한의 이름은 국가의 상징과 함께 기억되기 시작했다.


신중국 성립 이후 그는 문화부 희곡(戏曲)개혁국 국장, 중국연극(戏剧)가협회 주석 등을 맡아 연극 정책과 제도 정비를 주도했다. 전통 예술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창작을 장려하려는 시도였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혁명 문예’의 정당한 보상으로 안정된 노년을 맞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시작된 정치적 광풍은 문예계를 가장 먼저 덮쳤다. 과거의 작품과 인간관계, 발언들이 문제 삼아졌고, 톈한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1966년 공개 비판 이후 그는 자유를 박탈당했고, 반복된 투쟁과 열악한 구금 환경 속에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자택 수색으로 원고와 서신, 장서가 흩어졌고, 그의 예술적 삶 역시 사실상 중단됐다.


1968년, 그는 ‘반역자’로 규정돼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평생 혁명과 문예를 결합해 살아온 인물에게 이 결정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같은 해 12월, 그는 베이징에서 장기 수감과 병고 끝에 숨졌다. 향년 70세. 사망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고, 화장은 가명으로 이뤄졌다. 유골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다.


1976년 이후 사회 전반의 재정비 과정에서 그의 사건도 다시 검토됐다. 1979년 당국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그의 명예와 당적을 회복시켰다. 베이징에서 열린 추도식에서는 문예계 인사들이 그의 공로를 재평가했다. 유골을 찾을 수 없어, 유골함에는 안경과 만년필, 인장, 희곡 《관한경》 원고와 ‘의용군 행진곡’ 악보 같은 유품이 대신 놓였다.


국가는 여전히 그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은 한때 이름조차 지워진 채 죽어야 했다. 톈한의 삶과 죽음은 정치가 예술과 인간을 어떻게 소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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