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해군이 현역 전략핵잠수함인 094형(진급급)의 내부 생활 공간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무기 성능이나 제원보다 장기간 심해 작전을 수행하는 장병들의 일상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미·서방 군사 당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최근 ‘신춘 기층 취재’ 형식의 보도를 통해 094형 전략핵잠수함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휘실과 음탐실, 수병 거주 구역 등 실제 작전 중 사용되는 공간이 담겼다. 영화 세트나 모형이 아닌, 현역 장병들이 장기간 생활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실전 공간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장병들의 침상이다. 폭 60㎝ 남짓한 침대가 빽빽이 들어선 공간에서 최대 9명이 함께 생활하며, 다리를 뻗지 못한 채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창문이 없는 선체 내부에서는 낮과 밤의 구분조차 시계에 의존한다. 어뢰 거치대를 개조한 침상과 간이 주방, 벽면에 설치된 철봉 등 잠수함 내부의 일상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번 공개의 핵심은 장비가 아니라 ‘상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094형은 중국 해군 해상 핵억지력의 중추로, 그동안 내부는 물론 외형 역시 제한적으로만 공개돼 왔다. 그럼에도 장병들의 생활 공간과 개인적 이야기를 전면에 내놓은 점은 이례적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홍보가 아닌 전략적 메시지로 보고 있다. 차세대 전략핵잠수함 096형 개발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3’ 배치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094형을 공개할 수 있을 만큼 수중 전력 체계 전반에 대한 자신감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되, 핵심 역량은 여전히 감춰 두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영상에서 강조된 대목은 미사일이나 작전 장비가 아니라 장병들의 개인사다. 한 장병은 출항 전 가족에게 쓴 편지를 과자 통에 숨겨 두었다고 밝혔고, 또 다른 부사관은 무사 귀환할 때마다 출항 전 작성한 편지를 태워 없앤다고 전했다. 장기간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심해에 머무는 잠수함 임무의 특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중국 매체는 이를 두고 “중국의 핵 억지력은 수치와 제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군사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서방 싱크탱크가 수백 쪽의 보고서를 작성해도 계산하기 어려운 정신적 요소를 드러낸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공개 이후 CNN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서방 언론과 군사 전문 계정들은 잠수함 내부 구조와 장병 구성, 배치 방식을 토대로 전력 수준 분석에 나섰다. 이를 심리적 압박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과, 내부 결속을 강조한 국내용 메시지로 보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측 군사 평론가들은 “이미 자신감을 확보한 군대만이 일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는 장병들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중국 잠수함 부대에는 ‘한 번의 잠항은 준단방 여행’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출항하는 장병도, 남아 있는 가족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 해군 잠수함은 이번 공개 이후 다시 심해로 내려갔고, 장병들은 또다시 긴 항해에 들어갔다. 그들이 남긴 기록은 임무가 끝난 뒤에야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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