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기록적인 폭설 속에서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가 마무리됐다. 일본 언론이 9일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316석을 확보하며 단독으로 중의원 의석 3분의 2를 넘겼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에 중의원 선거를 단행한 데 대해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특임연구원 샹하오위는 중신망과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개인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면 도박에는 성공했지만, 단기적 정치 동원은 일본을 더 큰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실종된 선거…감정 동원만 남아
NHK는 이번 선거 결과를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샹하오위는 “자민당 승리는 여론조사 단계에서 이미 예견됐지만, 실제 의석 확대 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문제로 정책 논쟁의 실종을 지적했다. 선거 과정에서 일본이 직면한 재정·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부족했고,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이미지와 지지층 결집을 앞세운 감정적 동원이 선거를 지배했다는 평가다. 그는 “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닌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일본 정치의 우경화 가속이 꼽힌다. 자민당 내 우익 보수 세력이 세를 확장한 반면, 중도 및 중도좌파 세력은 사실상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일본 정치 지형과 민심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일당 우위’ 체제 복귀…권력 재편 예고
샹하오위는 이번 선거 이후 일본 정계의 권력 구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 중심의 ‘일강 다약’ 구조가 다시 고착화되며, 우익 보수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승리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입지를 공고히 했고, 정치적 강자로서의 위치도 굳혔다”며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저항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본의 내정과 외교·안보 정책이 한층 보수·우경 노선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샹하오위는 “일본의 평화헌법은 이미 사실상 형해화됐고, 전수방위 원칙 역시 흔들리고 있다”며 “다카이치 정부가 개헌과 군사력 강화 정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이 말하는 개헌이나 ‘국가 정상화’ 목표까지 남은 절차가 많지 않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선거는 이겼지만 국운은 위험”
샹하오위는 이번 선거를 두고 “다카이치는 선거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일본의 국운은 위험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의 단기적·공리적 정치 운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일본 정치가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정 측면에서는 다카이치 정부가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정책이 국가 재정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핵심 쟁점이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방미 의지를 보인 것은 외교적 불안과 조급함을 드러낸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중·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대중국 정책을 미국과 조율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샹하오위는 “미국의 대외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일본의 안보와 미래를 미·일 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선택은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다카이치 정부가 대만 문제를 포함한 기존의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중국과의 대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지율 하락이나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경우, 일본 우익 세력이 대중국 이슈를 국내 정치에 활용해 갈등을 외부로 돌릴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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