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중동의 친미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수십 년간 금융·항공·에너지 허브로 성장했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직접 감당하는 처지가 됐다.

블룸버그는 6일, 걸프 국가들이 지난 1년간 미국·이스라엘·이란 사이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전쟁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서는 산업지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일부 민간 시설과 석유 저장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부르즈 알 아랍 인근에도 파편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공공정책연구센터 의 모하메드 바하룬은 “역내 어느 나라도 이란과 전쟁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미군이 떠난 뒤 결국 이란과 마주할 쪽은 우리”라고 말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UAE는 최근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외교적 출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란이 미국의 중동 군사기지 문제를 거론하며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동부의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은 가동을 멈췄고 카타르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 생산 일부를 중단한 뒤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걸프 국가들 내부에서는 “미국이 아랍 동맹보다 이스라엘 안보를 우선한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는 최근 압바스 아그라치에게 “이웃 국가를 자신들의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항의했다.
채텀하우스의 연구위원 바데르 알사이프는 “이 전쟁은 걸프 국가들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동맹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투르키 알파이살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베냐민 네타냐후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카타르, UAE는 최근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지만 정작 자국 인프라가 전쟁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 중심 안보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중동 전문가 데이비드 로버츠 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과 관계를 유지했지만 정작 오늘 같은 상황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에너지 시설 추가 타격, 항공 허브 기능 약화, 국제 원유시장 불안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걸프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번 충돌이 단순한 지역 전쟁이 아니라 미국 안보 질서의 한계를 확인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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