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부총리가 유럽연합(EU) 지도부를 향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란 사태를 둘러싼 EU의 대응을 두고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2일(현지시각) 보도한 인터뷰에서 디아스 부총리는 “유럽은 역사적 중대 국면에서 마치 고아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지금 EU에는 필요한 지도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재정적으로 독자적 역량을 갖춘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독립적 외교정책과 자주적 방위정책을 구축해 트럼프에게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아스는 또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 직후 EU가 즉각적인 비판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당시 가장 먼저 나서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지켜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은 국제법, 인권, 민주주의 편에 서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누구도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아스의 발언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기존 입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산체스 총리는 최근 유럽 내에서 가장 강경한 대미 비판 목소리를 내며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여러 차례 비판했고, 미국이 스페인 내 군사기지를 이란 공격에 활용하는 것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과의 무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디아스는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태도에도 실망을 표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개석상에서 스페인이 이란 문제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을 때, 옆에 있던 메르츠 총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메르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많은 EU 지도자들이 지금의 역사적 순간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디아스가 이끄는 좌파 정당 수마르는 스페인 연립정부의 핵심 파트너다. 그는 EU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지지할 경우 유럽 내부에서 반(反)EU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시민들은 이란에 대한 불법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며 “EU가 이를 지지하면 결국 유럽 회의주의를 키우고, 이는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아스는 스페인의 입장이 점차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번 전쟁을 두고 “국제법 질서의 붕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이미 세계를 비상 상태로 몰아넣었고 기존 규칙을 무너뜨렸다”며 “불확실성과 고통, 절대적 미지의 시대에 유럽은 용기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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