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의 비영리 감시기관 오픈 더 북스(Open the Books)가 미 국방부의 회계연도 말 대규모 지출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25 회계연도 종료 직전, 미 국방부가 남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에 나선 구체적 내역을 담고 있다. 공개된 자료는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예산 구조가 국방부 전반에 뿌리내려 있음을 보여주며, 예산 운용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5년 9월 한 달 동안에만 총 934억 달러를 집행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운용 구조와 맞물려 있다. 각 부처는 회계연도 종료일인 9월 30일까지 배정된 예산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면, 의회가 다음 연도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관료사회에서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예산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하려는 관행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특히 지출 항목 가운데 식품 구매 내역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9월 한 달 동안 국방부는 랍스터 꼬리 구매에 690만 달러, 알래스카산 킹크랩 구매에 200만 달러를 사용했고, 립아이 스테이크 구매에는 1,510만 달러를 투입했다. 이 밖에도 12만4천 달러 상당의 아이스크림 기계와 약 14만 달러 규모의 도넛 구매 내역도 포함됐다.
식품 외 소비재 지출도 적지 않았다. 공군 참모총장 관저용으로 약 10만 달러에 이르는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Steinway & Sons)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했고, 신형 애플 제품 구매에는 530만 달러가 사용됐다. 가구 관련 지출은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2억2,56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개당 1만2천 달러가 넘는 과일 바구니 선반과 고급 안락의자도 포함됐다.
예산 집행은 회계연도 마지막 며칠 동안 더욱 집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마지막 5영업일 동안 미 국방부가 계약 체결과 예산 배정에 사용한 금액은 50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일부 국가의 연간 국방예산을 웃도는 규모다. 보고서는 이러한 연말 집중 지출이 국방부가 내세우는 전투력 강화와 전력 현대화 기조와도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더 북스 측은 이번 사례가 미국 연방정부의 구조적 예산 집행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관 측은 이를 두고 "기능 장애를 일으킨 예산 관행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감사와 감독 강화를 환영한다고 밝혀왔지만, 이번 보고서는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개혁 약속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시기관들은 이 같은 연말 예산 급증 현상이 특정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매 회계연도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과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방부의 연말 집중 지출 관행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결국 막대한 납세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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