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대화 여부’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미군 증파와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까지 겹치며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란과 매우 강력한 대화를 진행했고, 이미 합의의 윤곽도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즉각 “미국과 어떤 형태의 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란 측은 트럼프의 발언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군사 행동 시간을 벌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양측이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포착된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집트와 터키를 통한 간접 메시지 전달은 이뤄지고 있다”며 긴장 완화를 위한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기존 입장은 변함없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수천 명 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오는 27일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한’과 겹친다.
이스라엘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에서 얻은 군사적 성과를 토대로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란 테헤란 일대 군사기지와 무기 생산 시설을 겨냥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반격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혁명수비대는 ‘진실의 약속-4’ 작전 77차 공격을 통해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쿠웨이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공군기지가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란 군 관계자는 “곧 전장에서 새로운 ‘충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장의 긴장은 주변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 공격이 이어졌고, 이라크 북부에서는 미 영사관 인근으로 날아온 폭발물 탑재 드론이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전황 불확실성은 경제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엇갈린 발언이 나오자 국제 에너지 가격은 하루 사이 큰 폭으로 출렁였다.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이번 전쟁 결과가 “나쁘거나 매우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적 해법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 고위 인사들이 이번 주 파키스탄에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군사 충돌, 제한적 접촉, 상반된 메시지가 뒤엉킨 가운데 중동은 지금 ‘확전과 협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따라 글로벌 안보와 에너지 시장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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