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2026 북중미 월드컵이 경기 결과를 넘어 외교 갈등의 무대로 번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장관이 이란 축구대표팀의 탈락을 공개적으로 반겼다고 밝히자 이란 정부가 "국제 스포츠 개최국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시간 6월 29일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치안 브리핑에서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미국 국토안보장관은 이란 대표팀의 대회 종료와 관련해 "그들이 경기를 마치고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것이 기뻤다"며 "비자를 취소하고 미국을 떠난다는 통보를 할 때는 너무 기뻐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까지 췄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란 정부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한 나라의 장관이 특정 국가 대표팀의 탈락을 공개적으로 기뻐한 것은 극도의 적대감과 비우호적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례와 개최국의 기본적인 책무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도 SNS를 통해 "당신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자격이 없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동도국이 품격을 잃는 과정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직격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발언 이후 별도의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번 논란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란 대표팀은 이번 대회 내내 경기 외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장기 체류가 허용되지 않아 멕시코 티후아나를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고, 경기 하루 전에 미국에 입국한 뒤 경기 직후 다시 출국하는 일정을 반복했다. 일부 선수단 관계자의 비자 발급 지연도 준비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이란 측 설명이다.
성적도 아쉬웠다. 이란은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와 2-2, 벨기에와 0-0, 이집트와 1-1로 비기며 3무(승점 3), 3득점·3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터진 결승골이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이후 다른 조 경기 결과까지 겹치면서 와일드카드 경쟁 9위에 머물러 32강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됐다.
주장 메흐디 타레미는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재앙과도 같았다"고 말했고,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도 "선수들은 역사에 남을 투혼을 보여줬지만 매우 불공정한 환경에서 싸워야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 후 라커룸에 손글씨 감사 편지를 남기며 자원봉사자와 현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스포츠와 외교, 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개최국의 안보 정책과 국제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는 이번 대회가 남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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