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평균 임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그런데도 일본 취업을 선택하는 한국 청년은 꾸준히 늘고 있다. 청년들의 선택을 바꾸는 것은 연봉이 아니라 '첫 직장'을 얻을 기회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한국 채용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인력난이 맞물린 노동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유는 분명해진다. 청년들은 더 높은 급여보다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하고 있으며, 일본은 그 수요를 흡수하는 새로운 취업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은 취업보다 '첫 경력'을 만드는 일이다. 기업들은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며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층의 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결국 사회 초년생들은 경력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다시 경력을 쌓을 수 없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신입 인재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입사 이후 교육과 직무훈련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채용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험보다 성장 가능성을 우선 평가하는 문화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채용 문화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 기업들은 실무 경험과 업무 적응력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성장 가능성과 조직 적응력을 중시하며 신입사원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은 높은 연봉을 기대하는 취업시장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내딛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 청년들을 필요로 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게임,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교육 수준과 디지털 활용 능력, 일본어 경쟁력을 갖춘 한국 청년들은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양국의 노동시장은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은 청년 인재는 충분하지만 양질의 신입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본은 일자리는 있지만 이를 채울 인력이 모자란다. 이러한 구조적 미스매치가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 증가를 이끄는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일본 취업이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다. 임금 상승 속도는 완만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문화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장기 근속을 전제로 한 인사제도 역시 적지 않다. 성과 중심의 빠른 승진과 이직 문화에 익숙한 한국 청년들에게는 적응 과정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취업은 '평생 직장'보다 글로벌 경력을 시작하는 발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한국이나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사례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현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청년들이 해외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입사원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첫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일본으로 향하는 흐름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구조적 신호다. 한국 고용시장의 경쟁력 역시 청년들에게 첫 기회를 얼마나 넓게 제공하고, 성장의 사다리를 얼마나 탄탄하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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