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살아볼수록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온다. 물론 앞에 반드시 ‘돈만 있으면’이라는 규정어가 붙어야겠지만 말이다.
오래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을 대거 인상해 주고 복지예산을 엄청나게 쏟아부어서 김영삼 정부 시절에 글로벌화를 부르짖으며 선진국 진입을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 서울에 1년을 살아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누가 배달민족이 아니랄까 봐 배달은 곳곳에 24시간 존재한다. 시골의 다방 커피 배달부터 도시공원의 짜장면 배달까지…밤중에 치맥을 시켜도 쪼르르 달려오는 배달민족. 사실 배달을 시키는 쪽이 미안해 말을 꺼내기가 무색할 정도로 배달 시스템이 어찌나 발달해 있는지, 돈 앞에서 굽실거리는 허리가 가엾기까지 하다.
또 필요 이상으로 문화시설과 복지시설에 투자가 들어가 있고, 대부분 문화시설과 복지시설은 가동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심지어 가동률이 1% 미만의 시설들도 쉽게 짚어낼 수 있다.
선거에 나서면 개나 소나 지역구민들께 숱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느라고 전반적인 국면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내 선거구’의 이익만을 위하여 발바닥이 부르트는 의원님들과 지자체장님들의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옆의 구에서 스포츠센터 하나 세우면 ‘우리 구에서도 없으면 안 되지’ 하고 그걸 선거 구호에 집어넣어 가동률이 10%도 안 되는 스포츠센터 하나 데꺽 만들어낸다. 그 돈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한국 정부와 여당이 내년 복지예산을 10% 이상 늘린다는 정책에 따라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국가 예산의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지자체들은 복지정책에 따른 지방재정의 고갈 때문에 중앙정부에만 손을 내밀다 못해 서민세를 대폭 올린다고 난리고 중앙정부는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난리다. 복지 디폴트가 생길 정도로 선진국 수준의 국민 총생산을 올리지 못하면서 복지나 문화에는 선진국보다 더한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하니…. 민주선거의 악성 순환이 이런 데서 보인다.
그래도 필자와 같이 한국의 정치생활과는 무관한 ‘외국인’은 참 소비가 편하고 서비스가 물샐틈없이 슴배어 있는 서울이 살기가 참 좋다는 게다. 서비스가 이제 더 슴배일 곳이 없을 거야 하고 살피면 또 예상외의 서비스 품목이 속속 발생한다. 이윤을 좇는 거라면 무엇이든 하는 시장의 속성…….
이제 중국에 가면 참 불편한 감이 든다. “쩌거…메이유…너거 뿌싱~”이 중국은 아직 수두룩한 분야에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안 되는 것이 없다.
시민이 “우리 동네 네거리에 유턴이 없으니 참 불편하오!” 하고 떠들면 다음 달에 그 네거리에 유턴 신호가 생긴다. 그래서 서울의 거리는 네거리마다 거의 다 유턴 라인이 있다. 북경에서는 유턴이 정말 가물에 콩 나듯 너무 드물어서 불편했는데, 이건 달리다가 유턴해야겠다 싶으면 바로 앞 네거리에서 유턴하면 된다. 북경은 “아차, 길 건너편의 목적지를 지나쳤네!” 하고 유턴을 하자면 네거리를 보통 다섯 개 이상은 더 가야 유턴 라인이 보인다.
서민이 난전을 벌여 “소비돈이나 좀 벌어야겠소” 하고 떠들면 골목길이 다음 주면 벼룩시장이 된다. 북경에서는 말도 안 돼! 시정감찰대가 와서 와당탕 짓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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