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도리화가'의 배우 배수지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11.20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동포투데이⇒포커스뉴스] “저도 악바리 같은 모습이 분명히 있어요.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그런 면을 보여드리고자 ‘도리화가’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수지가 말했다. 도리화가를 선택한 대가는 호됐다. 10시간 동안 폭우 속에서 촬영을 이어가기도 했다. 사용한 물이 깨끗하게 정제된 것이 아니어서 다음 날 눈이 토끼처럼 빨개져 있었다. 심한 감기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도리화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게 ‘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수지는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이 됐다. 1867년, 여성은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에 금기를 넘어선 여인이다. 수지는 진채선을 통해 가수를 꿈꿨던 자신의 모습을 함께 봤다.
“채선이의 당차고 순수한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감정이입도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가수 데뷔를 준비하면서 노래가 하고 싶었던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났어요. 연습하면서 털썩 주저앉아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그러다가 또 일어나 연습하고요. 그때의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채선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울컥한 것도 있고요.”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수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가수를 준비하던 시절처럼 소리꾼이 되기 위해 판소리 연습에 매진했다. 1년 정도 박애리 명창에게 지도를 받았다. 수업 시간이 많지 않았던 터라 수업 내용을 모두 녹음해서 매일같이 들으면서 소리를 연습했다. 녹음한 것을 듣고 혼자 되뇌어 보다 보면 뭐가 다른지 몰랐던 판소리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춘향가’의 한 소절인 ‘쑥대머리’를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는다.
“제일 어려운 곡이기도 했어요. ‘쑥대머리’는 ‘귀신같은 몰골로 옥에 갇혀서 혼자 있지만, 그 옥 속에 갇혀있어도 생각나는 건 님뿐이다’는 내용의 먹먹한 곡이에요. 가사가 아주 좋죠. 멜로디도 슬프고요. 처음에 선생님께서 따라 해 보라고 먼저 불러주시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멍하니 듣고 있었어요. 구슬픈 소리가 아주 좋더라고요.”
판소리는 실제 가수인 자신에게도 도움이 됐다. “제가 노래를 부르던 방식은 공기가 많이 섞여 있었어요. 그런데 판소리는 소리가 굉장히 세고, 커요. 좀 강하게 나가기 때문에 발성에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 역을 맡아 열연중인 수지.<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반면 무대 위에 섰던 자신의 경험은 촬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부채 하나만 들고 무대에 섰는데도 주눅들지 않았다. 여러모로 진채선과 수지는 하나였다. 독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폭우에 몸을 던진 것도 채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몸에 밧줄을 묶고 촬영을 계속했어요. 그 순간 힘든 것보다 진짜 모두가 좋아할 만한, 채선이 얼마나 소리에 열정을 가졌는지를 공감해주길 바랐어요. 이종필 감독님이 촬영을 오래 이어가서 죄송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전혀요.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시는 게 아니라 좋은 장면을 위해서 그러신다는 걸 알았어요. 전혀 서운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수지가 채선이 되다 보니 의견도 강하게 피력하게 됐다. 채선이 신재효(류승룡)와 단옷날 만나 병풍 뒤에서 얘기하는 장면은 수정된 시나리오에서 빠진 장면이었다. 수지는 그 장면이 천진난만한 채선이 소리에 대한 간절한 진심을 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있어야 단오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감독님께서 좀 불안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설명적인 장면이라서 빼셨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채선이 그 장면 없이 단오 무대에 오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제 의견을 받아주셨지만 제 감정이 전달되지 않으면 안 쓰셨던 것 같아요. 편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더 자극되더라고요.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도리화가'의 배우 배수지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11.20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수지가 배우로 거듭나며 한층 연기에 진지해진 면이 비췄다. 그 역시 전작인 ‘건축학개론’보다 지금이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다. “계속 성장해 나가려고 노력해야죠. ‘도리화가’에서 너무 좋은 스승님, 감독님, 선배님들을 만나서 같이 연기하다 보니 저도 조금이나마 성장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감정을 표현할 때, 소극적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좀 더 캐릭터처럼 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지는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의 소중함을 안다. 충무로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 속에서도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을 부담보다 기회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주목을 해주고 계셔서 저한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음에 감사하죠. 덕분에 ‘도리화가’라는 작품도 만난 것 같고요. 연기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런 것에 늘 부담도 있고 신경도 쓰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 잘 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회가 있을 때,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는 인터뷰 중 성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채선을 통해 수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그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 본 배우로서의 수지의 목표를 물었다.
“사실 큰 목표를 생각하며 살지는 않아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제 미래에는 큰 목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도리화가'의 배우 배수지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11.20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포커스뉴스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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