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재한동포문인협 회장)

4월 총선을 한 달반 정도 앞두고 재한동포사회는 중국동포 국회의원 비례표를 반드시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다문화 1호 국회의원’인 이자스민 의원의 비례대표 재선 불가 방침을 내놓은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까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선족 이민 당위성을 강조한 상태라서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중국동포의 자질과 동포사회풍토 등을 거론하며 아직 ‘중국동포 국회의원 비례대표’ 출현이 시기상조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어쩌면 현실을 냉철히 분석한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볼 때 나는 20대 총선에서는 ‘중국동포 국회의원 비례대표’ 반드시 배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우선, 재한중국동포사회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거주 중국동포의 수는 약 70만이다. 한국 국적 취득자가 10만을 넘긴 가운데, 영주권, 재외동포비자, 방문취업제 비자 등 다양한 비자를 갖고 한국에 거주 체류하며 한국 체류 외국인의 33%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기부터 현재까지 거의 30년간의 거주 체류 역사를 기록하며 무역, 상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 다문화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당위성을 예로 들 수가 있다.
다음, 재한동포사회가 하나로 결집되지 못했으나 나름대로 단체들이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유명무실한 단체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사회봉사를 내국인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동포단체나 개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회, 문화, 예술, 언론 등 분야에서 보면 국내 체류 여느 외국인들보다 활동이 빈번하고 단체도 잘 짜여 져 있는 셈이다.
다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중국동포를 배제하고 다문화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이다. 따라서 중국동포의 입장을 대변할 국회의원 하나를 비례대표로 배정하는 것은 다문화발전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셋째, 중국동포는 한국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도 잘 알고, 북한도 잘 알고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연변은 한반도 통일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다. 북한과 냉전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중국과의 껄끄러운 마찰을 피하고 두 나라의 정서를 서로 전하며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중국동포들이다.
넷째, “그럼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설 인물이 있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다. 풍토도 어지럽고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나는 중국동포 국회의원 비례대표가 한국 국회의원과 똑같은 수준의 정치적 식견과 혜안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 ‘똑똑’하고 ‘바르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나 중국동포 국회의원의 기능과 역할은 다른 곳, 다른 분야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 정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적임자가 될 수가 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따라서 일정 분야에서 학식과 예의를 갖추고 비교적 세력화 되고 힘이 있는 동포를 찾아 맡기면 역할을 잘 해낼 수가 있다고 본다. 이 자스민 의원이 한국사회를 여느 국회의원만 알지 못했지만 결혼 이주자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한 것도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시대가 인물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중국동포들 가운데 일단 국회의원이 출현하면, 흩어진 동포사회의 힘이 결집되고 한국사회와 더불어 동포사회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뒤에서 헐뜯는 동포들도 적지 않겠지만, 그런 것쯤은 무시해도 괜찮다. 그 사람의 뒤에는 든든한 정부가 있으므로 급속한 결집력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있다. 잡음은 금방 사라지리라고 본다. 현재 동포사회가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는 원인은 동포사회 자체가 ‘함께 해야 한다’는 풍토가 박약한데도 있지만, 한국정부의 후원과 지지가 너무 미약한데도 큰 원인이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을 그대로 지나쳐 보내고 21대 총선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만큼 동포사회가 절박하다. 바로 지금이 재한 중국동포사회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 ‘중국동포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반드시 배정받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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