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 김희수
 


어느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고인의 맏아들이 보이지 않아서 사정을 알아보니 한국에 간지 2년째라는 것이다. 고인은 전날 저녁에 갑자기 사망했기에 한국에 가있는 맏아들은 부고를 전해 듣고도 이튿날 오전에 치르게 될 장례식에 도착하지 못할 것은 뻔했다. 예전에 7일장까지 치르면서 외지에 간 아들을 기다리던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부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돌아가지 못한다. 자녀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돌아가지 못한다. 팔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일하러 나갈 뿐이다.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벌어야 하기때문이다. 여기서는 눈물도 사치이다. 아무리 슬프고 고독하고 아파도 참아야 한다. 차별화를 당하고 냉대를 받고 무시를 당해도 참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재한조선족들의 현주소이다.

  

장기간의 고된 일에 몸이 지친데다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 이런저런 고민에 마음까지 피로해져 몸에 병이 생긴다. 하지만 웬간한 경우에는 참고 계속 일하기에 나중에 병이 깊어져 사망한 경우도 있고 중병에 걸린 경우도 있다. 잔병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몸이 지쳐서 아프다. 마음도 상처를 입어 아프다. 이것 또한 재한조선족들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을 안고 살면서 새로운 기적과 부를 창조하고 있다.

  

조선족사회는 지금 아플 때이다. 대도시 진출과 끊임없는 대규모의 한국행으로 이산가족이 늘면서 조선족 대부분이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온가족이 모여 명절을 쇠는 그런 풍경은 이젠 옛말이 되였다. 조선족마을에서 아기의 울음소리와 아이들이 글읽는 소리를 들을수 없고 조선족이 농사짓는 모습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2015년 12월 19일자 한국일보는 “조선족의 터전인 중국 동북3성 거주 조선족은 한때 200만 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불과 40만~60만명 정도로 급감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이농현상으로 중국 대도시와 연안도시로 50만명 정도가 빠져나갔고, 한국으로도 이미 75만명(국내 체류 조선족에 한국국적 회복인원 포함) 이상 건너왔다. 한국 이외의 다른 외국으로도 15만~20만명이 이동하면서 조선족 마을은 붕괴 직전이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두고 조선족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두손 놓고 앉아서 비관할 수 만은 없다. 일루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조선족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조선족사회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고비만 잘 넘기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될 수 있다.

  

조선족 전통사회는 해체되고 있지만 그 해체와 더불어 새로운 조선족 집거구가 형성되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소도시에서 대도시, 연해도시 또는 해외(주로 한국)로 이동하고 있지만 흩어지면서도 다시 모인다. 결국엔 다시 모일 것이다.

  

대도시, 연애도시에 가있건 한국에 나가있건 우리 모두가 중국조선족이다. 조선족은 모래알처럼 흩어진것이 아니다. 새로운 집거구를 형성하고 조선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장기간 헤여져 있어도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아프면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면 더욱 단단하고 건강해진다. 조선족사회도 진통을 경험하는 성장과정을 거치면 앞으로 더욱 성숙하고 더욱 건강해질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다 같이 희망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위기를 해결해 넘기면서 포기하지 않고 조선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 도라지 노래는 계속 울려퍼질 것이고 아리랑 선율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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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칼럼] 조선족 지금은 아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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