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현장르포③ | 지하삼림, 천지의 그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또 하나의 세계
[동포투데이] 장백폭포에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한참 내려오자, 하늘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나무 그늘이 짙어졌다. 해발 1200미터 아래, ‘백두산 지하삼림(곡저삼림 地下森林)’이라 불리는 거대한 원시림이 펼쳐져 있었다. 천지의 화산분화로 생긴 협곡 속에 자리 잡은 이 숲은,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그저 짙은 초록의 덩어리 같지만,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공기는 더없이 맑고 서늘했다. 자욱한 이끼 냄새와 젖은 흙 내음,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묘한 울림을 남겼다. 나무들은 줄기가 굵고 가지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서로의 그늘 속에 얽혀, 거대한 초록의 성당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백두산의 ‘숨은 심장’이에요.”
지하삼림 입구에서 만난 현지 안내원 리춘하(조선족, 38)는 그렇게 말했다. “천지가 백두산의 얼굴이라면, 지하삼림은 그 영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