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동포투데이] 지난달 한 화장품 회사 고객센터(CS)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여성 고객의 화장품 관련 문의를 접수 받던 중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며 ‘얼굴 상태 보더니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네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말과 함께 고객은 당시까지 치료 받은 비용의 선 정산 및 추가 치료 비용 보상, 피부트러블로 인한 대인기피증 발생으로 진료 받은 정신과 치료 비용, 피부트러블로 인한 무급휴가에 따른 일비 보상, 진료를 위해 지불한 택시비 보상 등을 요구했다. 직원 A씨는 회사 규정에 따라 피부트러블 인과관계 증명 및 환불과 보상을 위한 제품 회수를 요청했으나 고객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의 횡포에 유통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객 만족과 서비스 최우선을 강조하는 기업 특성을 이용해 고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소비자는 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일방적인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제품 환불 서비스와 보상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무리한 보상을 원하는 이용객이 있어 소비자 분쟁 조정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6 소비자 피해구제 연보 및 사례집’을 통해 중재에 나선 피해구제 건수가 2016년 36,937건으로 2015년 대비 1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가 피해 사실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의 경우 직접 기업들과 접촉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소비자원의 데이터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의 활동 영역이 조성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올해 초 호박즙 문제로 전액 환불을 한 부건에프엔씨도 이러한 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4월 호박즙에 이상이 있다는 고객 클레임을 접수하고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해 제품 환불을 했으나 블리블리 화장품과 임블리 의류 등의 환불 요구로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대부분의 화장품 판매, 제조 회사들이 제품에 대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인과 관계’ 증명서를 요구하지만 부건에프엔씨 측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초법적인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다수 있다.

65,535건. 부건에프엔씨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전 제품 대상 환불 처리를 한 건수이다. 환불 누적 금액은 45억이 넘는다. 특히 호박즙 환불 금액 26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불 금액이 화장품 제품에서 발생했다.

부건 측은 “화장품에 따른 피해 사실이나 환불에 대해 타사 대비 완화된 조건으로 처리해 드리고 있다”며 “인과 관계 없이 무리한 보상액을 요구하거나, 정해진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닌 막무가내식 요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도 고객 분들의 환불 요청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환불, 교환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객을 응대하지만 제품이 이상하다는 낌새가 있다 싶으면 항의하기 일쑤”라며 “개별 기업의 대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인 만큼, 업계가 공동 대응해 이들에 대한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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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소비자들 횡포에 유통업계 골머리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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