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고 웃는 마작판
■ 이진숙
나는 “마작귀신”은 아니지만 마작노름은 무척 즐긴다. 마작놀이가 비록 두뇌운동과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좋다지만 하루 4시간 이상 초과하면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마작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니깐.
지금 우리 나라 노인인구는 2억으로서 전체 인구의 15%에 달한다는데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중국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제일 높다고 한다. 하긴 중국 노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다채로운가.
공원에 가면 노인들은 춤추고 노래부르고 태극권을 하고 또 노인무도장, 노래교실, 노인대학 등에 다니면서 각 자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첫 째로 손 꼽히는 것은 아마 마작노름일 것이다. 각 계층, 각 행업, 집집마다 사람마다 즐겨노는 지력체육운동이 마작이 아닌가? 마작은 웃기를 즐긴다.
마작은 줄국에서 기원되었고 오랜 역사의 흐름속에서 황실과 귀족들이 놀던 궁중유희로부터 민간으로 내려오면서 점점 발전했으며 청나라 중기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136장의 마작쪽이 됐다 한다.
국수(國粹)라 불리우는 마작은 명나라 때 만병초(萬秉迢)란 사람이 “수호전”의 양산박 호걸들을 기념하려고 알심들여 설계해 만든 오락공구란다. 108명 양산박 호걸들을 뜻하는 마작꽃(108장)은 제가끔이라 9소는 “9문용시진”을 나타낸다는 등등이란다.
동서남북중(20장)은 양산박 호걸들이 사방에서 모여왔다는 방향을 뜻하고 “白”과 “發(8장)”은 호걸중에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가 있다 해서란다.
알고 보면 전통오락문화인 마작쪽에는 수자로부터 도면에 이르기까지 정말 흥미진진한 뜻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마작의 내용처럼 그 재미도 특별한 맛을 돋구는 것이다.
20여년간 나의 마작노름역사를 회고해보면 노름을 노는 그속에서도 느끼고 깨우친 바가 퍼그나 된다. 마작은 울 줄도 웃을 줄도 안다.
맨 처음 놀 때엔 보이는 건 죄다 “츠, 차”하면서 패가 다 됐다 생각되면 돼지의 돌진성미처럼 막무가내로 마작쪽을 친다. 그 다음엔 꽝이다. 돈이 줄줄 나간다. 짜증도 막 난다. 노름이 줄거울 대신 걱정을 안고 논다. 내 세포가 좋아할까? 이럴 때면 내눈에 보이는 마작쪽들이 울고 있다.
그럭저럭 노름력사가 길어지다보니 지금은 어물쩍하게 노는것 같다. 헌데 마작이라는게 너무도 이상하다. 운이 좋을 때면 눈감고 놀아도 마작쪽이 춤추며 내 손에 들어 오지만 안될 땐 살얼음 딛고 조심조심 걷듯이 무진 애를 써도 연거퍼 꽝, 꽝이다. 고추가루 팔러 가니 바람불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격이다 과연 운수라는 게 있나부다. 그러길래 마작군들이 하는 말 “3은 기술이요, 7은 운수다”
그래서 마작은 기술에 울고 운이 좋아 웃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짜증도 원망도 사그러지게 된다. 손자병법에도 실패가 거듭될 땐 시기를 기다리라 했다. 슬렁슬렁 배경이 되어 놀면서 말이다. 노름의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성급하여 조바심을 내여 짜증낸들 손해보는 것은 본인이다. 눈이 있고 귀가 있다는 마작을 울게 말고 웃게 하라.
격앙된 감정은 치명적인 독소를 방출한다 했다. 성 나고 분노한 사람의 혈액을 추출해 실험용 생쥐한데 주입했을 때 쥐들은 2분도 안돼 죽었다 한다. 내가 울면 마작이 운다.
무슨 일에서나 조급성을 삼가하라 했다. 머리를 쓰면서 상황파악도 하고 즐겁게 논다면 시간을 사고 건강을 사고 치매를 예방하고 꿩먹고 알먹고 둥지 털어 불 때고 일거삼득이 이닌가. .
늙어서는 돈을 팔아 시간과 건강을 사라고 했다. 우는 마작은 독이고 웃는 마작은 약이다. 내가 웃어야 마작도 웃는다.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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