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러시아가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세계 최초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했다. 과거 소련의 침공과 탈레반의 반소전선, 무자헤딘과의 전쟁 등 오랜 갈등의 역사를 고려할 때, 이는 극적인 외교 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의 결정은 국제 사회에서 탈레반의 외교적 고립을 깨뜨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탈레반은 지난 2021년 8월, 아슈라프 가니 정권을 무너뜨리고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이후 여러 국가가 사실상 교류를 이어왔지만, 공식적인 정부 인정을 내린 나라는 없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7월 3일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 정부에 대한 공식 인정을 통해 양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적인 협력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 교통, 농업, 인프라 등을 언급했다.
러시아 주재 아프간 대사관은 같은 날 드미트리 지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가 카불 외교부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을 만나 이 같은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무타키 장관은 “러시아의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를 표하며, 이 조치가 다른 나라에도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적 적대에서 ‘실용적 협력’으로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10년간 이어진 무자헤딘과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약 1만5천 명의 소련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1996년 탈레반이 정권을 잡자, 모스크바는 이들을 적대시하며 반탈레반 북부동맹을 지원했다. 이 시기 탈레반은 유엔 건물에 숨어 있던 친소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 나지불라를 살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주도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이후 러시아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의 부상을 우려하며 탈레반과의 접촉을 점차 늘려왔다. 특히 2024년 3월, 모스크바 콘서트홀 테러로 149명이 사망한 뒤, 러시아는 테러 방지를 이유로 탈레반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탈레반을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동맹”이라 칭했고, 올해 4월에는 탈레반의 테러단체 지정도 해제했다.
다른 나라들은?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한 국가는 아직 러시아뿐이지만, 중국,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부터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벌였고, 2023년에는 국영 석유기업이 암우다리야 유전 개발을 위한 25년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에는 탈레반 대변인을 공식 사절로 인정했지만, 정부 승인은 하지 않았다. 올해 5월에는 탈레반, 파키스탄과의 3자 외교 회담도 주최했다.
파키스탄은 과거 탈레반의 최대 우방이었으나, 탈레반 정권이 파키스탄 탈레반(TTP)을 비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갈등이 심화됐다. 2024년 12월에는 아프간에 공습을 가했고, 올해는 아프간 난민 30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외교적 채널은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2021년 잠정 철수했던 카불 대사관을 다시 열고, 올 1월에는 외무차관이 무타키 장관과 회담했다. 5월에는 인도 외무장관과 무타키 장관이 첫 공식 통화를 가졌다.
이란도 탈레반과 오랜 적대관계를 이어왔지만, IS-K를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무타키 장관이 이란을 방문해 외교장관 및 대통령과 회담했다.
러시아의 인정, 국제사회의 흐름 바꾸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외교 행위가 아닌 지정학적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인도 옵서버 리서치 재단(ORF)의 카비르 타네자 부소장은 “이웃국가들은 탈레반과의 전략적·안보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나 중국이 러시아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여전히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엔은 이들을 ‘사실상의 당국(de facto authorities)’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실적인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러시아의 공식 인정은 외교 지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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