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맑게 갠 베이징의 아침, 기자는 청두행 G87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총 1900킬로미터에 이르는 여정을 단 7시간 반 만에 주파하는 열차는, 황허강을 건너고 시안의 고대 성벽을 스쳐 쓰촨 산맥으로 들어선다. 창밖의 풍경은 흐릿하게 지나가고, 열차는 조용히 그러나 눈에 띄게 속도를 올려 간다.
28,500마일(약 45,900킬로미터)이 넘는 고속철도망, 시속 450킬로미터에 달하는 신형 열차. 중국의 고속철이 여행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유럽 전체 고속철도 총연장의 네 배에 달하는 이 방대한 철도망은, 상하이의 나무 그늘 진 거리에서부터 히말라야 고봉, 병마용이 잠든 고대 유적지까지 전 국토를 촘촘히 잇는다. 단기간 여행자에게조차 중국의 거대한 공간이 ‘이동 가능한 거리’로 환원되는 변화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시안을 거쳐 상하이에 도착하는 여정은 약 10시간이 걸린다. 황토고원을 가로지르며 중국 산업지대를 통과하고, 황허강을 넘은 뒤 병마용 유적이 있는 시안에 닿는다. 이어 고대 석굴과 정원을 지나 화려한 도시 조명의 상하이에 도달한다. 유구한 황제의 유산과 현대 도시의 경계가 철로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칭하이성 시닝에서 출발해 라싸로 향하는 칭짱(靑藏)철도는 유일한 비고속 노선이다. 20시간에 이르는 야간열차는 영구동토층 위를 지나 해발 5000미터 고개를 넘는다. 창밖으로는 칭하이호의 푸른 물결, 티베트고원의 들짐승 떼가 펼쳐진다. 열차 내부에는 고산병을 막기 위한 산소공급 장치와 온열 침대칸이 마련돼 있다. 2021년 개통된 라싸~닝치 간 고속선과 연계하면, 이른 새벽 고도 3600미터 라싸에 도착해 다시 고속철로 갈아타는 일도 가능하다.
서북부의 사막 지대,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정도 있다. 란저우에서 출발한 열차는 장예의 무지갯빛 지층, 우웨이의 청동마 출토지, 만리장성의 서단 자위관을 거쳐 둔황에 도착한다. 둔황의 거대한 모래언덕과 막고굴의 불교 예술은, 과거 동서 문명 교류의 자취를 오롯이 담고 있다.
남서부 윈난성에서는 히말라야 자락을 따라 쿤밍에서 샹그릴라까지 5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열차는 다리·리장 등의 소수민족 전통 마을을 지나, 옥룡설산과 진사강의 빙하빛 물살 위를 가로지른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이상향 샹그릴라가 실존한다면, 아마도 이곳일 것이다.
북방의 동토 하얼빈으로 향하는 노선은 전통 만주 문화와 러시아풍이 혼재된 겨울왕국으로 향하는 길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한 열차는 선양을 지나 하얼빈에 도착한다. 1~2월 하얼빈 국제얼음축제에 맞춰 방문하면, 얼음으로 만든 궁전과 탑들이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남부 구이양에서 출발해 광저우로 향하는 고속열차는 석회산과 계단식 논, 아열대 우림을 가로지른다. 구이린에서 리장 강을 따라 대나무 뗏목을 타고, 위안화폐 20위안권 지폐에 인쇄된 풍경과 마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홍콩에서 출발해 샤먼으로 향하는 해안 노선은 남중국해의 연안 어촌과 19세기 조계지 건축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샤먼에서 더 나아가면 토루, 즉 흙과 나무로 지어진 전통 객가족 집성촌이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건물은 70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다.
중국 고속열차는 단지 빠를 뿐 아니라, 좌석은 넓고 와이파이와 전원 콘센트도 갖췄다. 열차에 따라 카페칸이 있고, 뜨거운 물이 제공되는 공간도 있다. 비즈니스석은 항공 비즈니스클래스에 필적하며, 실명 전자발권으로 여권 스캔만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역 내부는 공항처럼 방대하며, 보안 검색을 거쳐 입장한다.
지금의 중국 고속철도는 단지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국토를 재구성하는 거대한 인프라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를 두고 “여행의 개념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고 평했다. 과거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오갔던 길을, 이제 누구나 하루 안에 기차로 갈 수 있게 됐다.
BEST 뉴스
-
중국인만 노린 폭행…혐오 범죄에 면죄부 있어선 안 된다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을 뒤쫓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혐오 범죄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중국인 관광...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김경협 동포청장 “연결 넘어 연대로…동포사회 지원 강화
△제3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취임식(사진=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연결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연수구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동포사회의 경험과 ... -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51명 명단 공개…정부 “무관용 원칙” 천명
[동포투데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노동부는 10일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를 열고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 대상을 심의·의결했으며, 11일부터 공식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중국 전기차 급부상, 동남아 자동차 시장 지형 바꾼다
-
시진핑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앞당길 것”…건국 76주년 연회 베이징서 성대 개최
-
고속철 타고 떠나는 백두산…심양~백두산 2시간 시대 열렸다
-
연길 신공항 첫 삽…동북아 관문 도약 노려
-
북한, 당 창건 80주년 맞아 대사령 단행…내부 결속 의도
-
북 외무상 최선희, 7년 만에 단독 방중…30일까지 체류 예정
-
한·중 관계, ‘우정’에서 ‘이익 계산’으로…APEC 앞두고 냉기류 짙어져
-
주한 중국대사관 “한국 찾는 중국인 관광객, 안전 유의해야”
-
성매매 직전 50대 남성 돌연사…유족 2억6천만원 배상 청구
-
APEC 계기, 이재명-시진핑 한중 정상회담 조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