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홍콩 신계(新界) 다이포구 공공주택단지 '웡 푹 코트(宏福苑)'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55명까지 늘었다. 겉으로는 ‘대형 화재’였지만, 그 이면에는 35년 넘게 방치된 노후 공공주택과 안전 규정이 허술한 외벽 보수공사, 그리고 감독 부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소방처는 27일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51명이 숨졌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4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23명에 달한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유로 소방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불길이 외벽 비계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웡 푹 코트'는 1980년대 후반 완공된 고층 공공주택 단지로, 최근 외벽 균열과 노후화 문제로 대규모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단지 전체가 비계와 보호막 천막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이 천막 상당수가 방염 처리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처 관계자는 “불길이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번지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 열기에 비계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구조대의 진입도 한동안 지연됐다.
단지 주민 리(李)모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막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고, 공사 자재가 복도까지 들어와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는 충격이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웡 푹 코트' 내부는 오래된 공공주택 특유의 ‘좁은 복도·밀집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열과 연기가 한 번 차오르자 대피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였다. 소방 수색팀은 각 층마다 문을 강제로 열며 이동했지만, 층당 8~9개 팀 이상 투입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도 분명했다.
소방과 구급 인력 1250명이 투입됐고, 구급차만 98대가 출동했다. 외부에서는 굴절사다리차 8대와 드론 4대가 투입돼 열 변화와 잔불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안타이각(安泰阁) 31층에서 고령 남성 한 명이 구출됐다.
이가초(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SNS를 통해 “정부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외벽 보수공사 안전점검도 지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의 뒤늦은 조치에 냉담하다.
환경안전단체 ‘그린피스 홍콩’은 성명을 내 “정부는 공공주택 보수공사 안전 규정을 사실상 민간 시공업체 자율에 맡겨왔다”며 “방염 처리 미흡, 과도한 비계 설치, 폐쇄된 대피 동선 등이 반복 지적됐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동·안전 전문가들도 “이번 참사는 단지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홍콩 공공주택 전반에서 오래전부터 드러난 구조적 취약성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웡 푹 코트'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노후한 공공주택이 적절한 안전 보강 없이 대규모 보수공사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공공주택 안전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원칙이 무너질 때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사실상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정부는 향후 사고 원인 조사와 보수 현장 전수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시공업체 몇 곳만 처벌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화재가 홍콩 공공주택 안전 관리의 대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끝날지 시민들의 시선은 정부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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