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유럽 주요국 정상이 최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을 신뢰하지 말라”며 공개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한 ‘28개 항 평화안’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사실상 배제된 데 대한 강한 불만이 폭발한 모습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독일·핀란드 정상과 나토(NATO) 사무총장 등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눈 비공개 통화 내용을 단독 공개했다. 통화는 이달 1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식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장면이 상세히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이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마크롱은 미국이 제시한 ‘28개 항 계획’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요구를 강하게 비판하며 “젤렌스키는 매우 큰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올라프 슐츠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젤렌스키에게 “앞으로 며칠이 매우 위험하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은 당신과 우리를 동시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여기서 말한 ‘그들’이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핀란드 알렉산데르 스투브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스투브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그들과 단둘이 맞서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고, 뤼터 사무총장 역시 “우리는 젤렌스키를 지켜야 한다”며 동의했다.
통화의 실재 여부에 대해 슈피겔은 “참석자 몇 명이 통화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그중 두 명은 보도된 발언이 정확히 재현되었다”고 했다. 다만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이 ‘배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 없다”며 일부 인용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엘리제궁은 실제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밝히지 않았고, “통화 내용은 비공개”라는 이유를 들었다. 통화 직후인 1일 파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크롱은 “미국의 중재는 긍정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해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전격 발표한 ‘28개 항 평화안’은 러시아 요구에 더 우호적이라는 지적 속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크게 자극했다. 이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수정된 ‘19개 항 계획’을 제시했지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미·러·우·유럽 간 물밑 협상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독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에 강요된 평화는 유럽 안보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의 독자적 대응력 강화를 촉구했다. 메르츠 총리도 최근 인터뷰에서 “유럽은 홀로 자신의 이익을 지킬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활용을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마틴 샌드부는 지난달 말 기고에서 “유럽은 ‘대(對)미 탈종속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요구 수용을 세 차례나 압박했고, 유럽은 그때마다 허둥지둥 대응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몇 번의 반복된 충격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대서양 동맹은 이미 종말 국면에 들어갔다”고 썼다.
유럽 내부의 불만이 공개층위로 드러나면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 간 ‘4자 질서’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IN인사이트 & 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일본행 경고 하루 만에… 중국 항공사들 일제히 ‘전액 무료 환불’
[동포투데이]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공식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대상으로 한 ‘특별 조치’를 일제히 발표했다.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하이난항공, 쓰촨항공 등 5개 항공사는 12월 31일까지 일본 출·도착 항공... -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웨이하이
[동포투데이]중국 산둥(山東)성의 항구도시 웨이하이(威海)는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불린다. 거리엔 먼지 하나 없고, 공공의자에 그냥 앉아도 옷이 더러워질 걱정이 없다. 일본 관광객조차 “중국에 이렇게 청결한 도시가 있을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 청결의 배경엔, 수십 ... -
중국, 인공지능으로 도시 서열 재편… 베이징 1위·항저우·선전 추격
[동포투데이]“AI 도시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징, 항저우, 선전이 선두권을 형성하며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새로운 삼국지를 그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10대 인공지능 도시’에는 베이징, 항저우, 선전, 상하이, 허페이, 우한, 광저우, 난징, 쑤저우, 청두가 이름을 올렸다. ... -
노재헌 주중대사 “한중은 미래를 함께 여는 협력의 동반자”
[동포투데이]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가 “한국과 중국은 오랜 세월 교류와 협력을 이어온 가까운 이웃이자,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노 대사는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 초대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올해 6월 출범한 한국의 새 정부 이후 양국 관계가 새... -
미스 유니버스 현장서 폭언 파문… 참가자들 집단 퇴장
▲태국에서 을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한 고위 관계자가 참가자를 "멍청하다"며 폭언을 퍼부어 참가자들의 분노를 샀고,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퇴장했다. (사진 제공: X) [동포투데이]세계적인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본선 무대... -
“모국 품에서 다시 하나로”…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인천서 개막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개회사하는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사진제공 : 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해외로 입양돼 각국에서 성장한 한인 입양동포들이 ‘모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이 주최하는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가 10일 인천...
실시간뉴스
-
“마크롱·메르츠 비밀통화 유출… ‘미국이 우크라이나 배신할 것’”
-
푸틴-미 특사 회담 종료…우크라이나 평화 논의는 진전 없어
-
러 “우크라 돌격부대 해체 착수” 주장
-
우크라이나 “체면 있는 종전” 모색… 美 ‘28개 평화안’ 시한 앞두고 중대 기로
-
미·러 ‘28개 평화안’ 전격 공개… 트럼프, 연내 종전 밀어붙이기
-
젤렌스키 “우크라 15개 주 동시 공습…러 무인기 폴란드 영공 침범”
-
러 국방부 “우크라군, 일주일 새 9천여 명 손실”
-
우크라이나 전 국회의장, 리비우서 총격 사망…젤렌스키 “잔혹한 범죄”
-
러시아 하원 대표단, 광복 80주년 맞아 평양 방문…북·러 관계 강화 행보 주목
-
푸틴-김정은 전화 통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약속 재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