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발 수출·러시아 거래 외화 바탕으로 산업설비 집중 확보
[인터내셔널포커스] 최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 세관 일대에 대형 화물차 행렬이 이어지며 북한의 대규모 기계설비 수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지 변경무역 업계에서는 “수년 사이 보기 드문 수준의 집중 구매”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접경 무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수개월 동안 트랙터, 굴착기, 산업용 공작기계, 조선소 절단장비 등 다양한 생산설비를 집중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들어 수입 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최근 수년 내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북·중 무역에 종사한 현지 상인들은 “북한이 이처럼 다양한 기계설비를 한꺼번에 대량 확보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외화 원천은 ‘가발 산업’… 대중 수출 절반 차지
북한의 설비 구매 여력 배경으로는 가발 수출이 핵심 외화 공급원으로 지목된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북·중 교역액은 27억3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중 수출 품목은 극도로 집중돼 있으며, 가발 및 관련 제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가발 수출액은 약 2억 1,297만 달러에 달해 전체 대중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기업이 인모와 합성섬유 원료를 북한으로 보내고, 북한 내 저임금 숙련 노동력이 수작업으로 가공한 뒤 다시 중국으로 반입하는 위탁가공 구조에 기반한다. 완성품은 이후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 같은 구조는 국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안정적인 외화 수입원을 유지하는 대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러시아 관련 거래도 외화 확보 창구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통해서도 상당한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각종 관련 물자를 공급하며 추가적인 외화 수입을 얻었고, 이 자금이 국내 건설사업과 핵심 생산설비 도입의 초기 자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2억95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상당 부분이 기계·설비류였다.
연료·전력도 회복… 설비 가동 기반 강화
기계설비를 들여온 뒤 실제 가동이 가능한지도 관심사다.
중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은 코로나19 시기의 급감 이후 빠르게 회복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트랙터, 굴착기, 공사용 차량 운영에 필요한 연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 공급 여건도 개선 조짐을 보인다.
북·중 공동 관리 수풍수력발전소에서 북한이 중국에 판매한 전력은 2019년 2억7600만kWh에서 2025년 5억6200만kWh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외 전력 판매 증가 자체가 북한 내부 발전 여력 확대를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발 에너지 지원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산업설비 운용 기반은 과거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소비재 아닌 생산재 집중… 산업 고도화 의도 뚜렷
북한이 수입한 설비 목록을 보면 농업기계, 건설장비, 공작기계, 사출기, 조선설비 등이 중심이다.
농업 생산성 확대, 공장 현대화, 기반시설 건설, 제조업 강화 등 목적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평가다.
특히 상당수 설비는 중국 공장에서 교체된 중고 장비로 알려졌다. 성능은 유지하면서 가격이 낮아 북한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북한 타일 공장은 중국 중고 설비 도입 후 일일 생산량이 1.5배 이상 증가했고, 철강 공장 역시 고로 설비 도입 이후 생산량이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접경 무역업자들은 “최근 북한산 제품 가격 자체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는 북한이 확보한 외화를 소비재보다 생산설비에 우선 투입하며 향후 산업 재생산 기반 확대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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