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 급등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충격은 이미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헬륨, 의약품, 농업용 비료 등 글로벌 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핵심 공급망 3곳이 동시에 흔들리며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UBS 분석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에너지 수송로를 넘어 다양한 원자재와 상품의 핵심 물류 통로”라며, 이곳의 운송 차질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식품 가격과 산업 생산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는 헬륨 공급이다. 이란이 천연가스전을 공격받은 이후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타격하면서 글로벌 헬륨 생산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졌다. 헬륨은 LNG 처리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데, 관련 시설이 손상되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카타르는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으로, 2025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산업 공정, 의료 영상 장비 등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최근 AI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한 상태다. 현재 글로벌 헬륨 공급은 매달 약 520만㎥ 감소하고 있으며, 대체 생산 여력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저장 중 자연 증발 특성까지 겹치며 공급망은 더욱 취약해졌다. 이 여파로 헬륨 가격은 이미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추가로 25~50%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약품 공급망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전쟁으로 항공 및 해상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서 백신, 인슐린, 바이오 의약품, 항암제 등 유통 기한이 짧은 의약품의 공급이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각국의 재고로 급격한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물류비와 생산비 상승이 누적되면서 향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 여부가 의약품 공급 불안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 분야의 타격은 더욱 직관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비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 운송 비료의 약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공급 감소와 함께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봄철 파종 시기를 맞은 농가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결국 향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단순한 군사적 긴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산업·식량을 잇는 핵심 축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길고 깊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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