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세대 이동통신(6G)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특허 수가 곧바로 시장 지배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국제표준 채택과 핵심 원천기술 확보 여부가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세계인터넷대회(WIC) 우전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글로벌 6세대 이동통신 기술 발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세대 이동통신 관련 특허 출원은 약 3만8천 건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40.3%, 35.2%를 기록하며 세계 6세대 이동통신 특허 경쟁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본 9.9%, 유럽 8.9%, 한국 4.2%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전체 특허의 75% 이상을 차지하면서 차세대 통신 기술 경쟁이 사실상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허 보유 규모가 곧바로 시장 지배력이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동통신 산업에서는 특허 수량뿐 아니라 국제표준 채택 여부, 표준필수특허 확보,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 장비 생태계 구축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4세대 이동통신(4G)과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도 특허 점유율과 기업 수익성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다.
중국, 국가 차원의 6세대 이동통신 선행 투자 결실
중국의 6세대 이동통신 특허 우위는 단기간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중국은 2018년부터 6세대 이동통신 선행 연구를 시작했으며, 2019년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직후 중국 공업정보화부 주도로 국제이동통신 2030(6G)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이동통신 사업자와 장비업체,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체계를 마련하면서 차세대 통신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중국 전자과기대학과 쯔진산 연구소 등은 테라헤르츠 통신과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 연구를 확대해 왔다.
특히 중국의 특허 비중은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통신 기술과 기지국 기술,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차세대 주파수 활용 기술 등 6세대 이동통신 핵심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유럽·한국도 차세대 통신 경쟁 가속
중국과 미국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 한국 역시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6세대 이동통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특허의 9.9%를 차지하며 세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는 중국과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테라헤르츠 통신과 광통신, 반도체 소재, 정밀부품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전신전화(NTT)를 중심으로 초고속 광통신과 차세대 네트워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은 8.9%의 특허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허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동통신 표준화 분야에서는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의 주요 통신장비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표준필수특허 분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4.2%의 특허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경험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6세대 이동통신 핵심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전후 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사와 반도체 기업,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과 위성통신,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미래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가 중국의 강점
중국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 최대 규모의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은 약 483만8천 개에 달하며 전국 향진 지역 대부분과 95% 이상의 행정촌에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330개 이상 도시에서 5세대 이동통신 고도화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네트워크는 6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험 무대 역할을 한다. 스마트 공장과 항만, 광산, 자율주행, 드론 물류,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기술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을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은 중국이 가진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표준·반도체·원천기술에 집중
반면 미국은 특허 수량보다 국제표준과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은 2세대 이동통신과 3세대 이동통신 시대부터 표준필수특허와 반도체 설계, 통신 칩 구조 등 핵심 영역을 선점해 왔다. 최근에는 밀리미터파 통신과 양자암호,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기술 투자와 함께 동맹국 중심의 기술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점이 특허 건수보다 국제표준 논의 과정에서의 영향력과 반도체 생태계,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초 6세대 이동통신 시험 주파수 승인
중국은 최근 6기가헤르츠(GHz) 대역을 6세대 이동통신 시험용 주파수로 공식 승인했다. 이는 세계 최초 사례로 알려졌으며 향후 6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과 상용화 준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올해 4월 난징에서는 중국 최초의 6세대 이동통신 사전시험망이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해당 시험망은 기존 5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통신 기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통신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연구 단계가 아니라 실제 상용화를 염두에 둔 준비 과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허 경쟁에서 국제표준 경쟁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승부가 특허 건수보다 국제표준 채택 여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가 추진하는 차세대 표준 규격 논의 과정에서 각국의 기술 제안이 얼마나 채택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기술은 장비 제조와 서비스 운영, 특허 사용료 수취 등에서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연구개발 경쟁과 함께 표준 선점 경쟁에도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표준필수특허 사용료와 공정·합리·비차별 원칙을 둘러싼 국제 소송전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신 산업의 경쟁 무대가 연구소와 생산 현장을 넘어 국제표준 협상장과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30년 6세대 이동통신 시대, 진짜 승부는 아직 남았다
업계는 2030년 전후로 6세대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세대 이동통신은 단순히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통신과 인공지능, 컴퓨팅, 센서, 위성통신을 융합해 자율주행과 드론, 스마트시티, 산업 자동화, 저고도 항공교통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6세대 이동통신 경쟁이 단순한 통신 기술 개발을 넘어 반도체와 인공지능, 배터리, 소프트웨어, 공급망, 국제협력 체계까지 포함하는 종합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40.3% 특허 점유율은 분명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향후 6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승자는 특허 수보다 국제표준과 핵심 원천기술, 산업 생태계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특허 경쟁은 본격적인 글로벌 6세대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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