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약 두 달 동안 공개적인 정상 간 전화 외교를 이어가지 않으면서 외교 리더십을 둘러싼 평가가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통화 횟수 자체보다 평상시 신뢰를 쌓는 외교보다 위기 대응에 치우친 소통 방식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정상 간 상시 소통은 국가의 외교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일본경제신문은 1일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6월 1일 이란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정상 간 전화 회담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7월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도 추진했지만 일정 조율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계상으로는 외교 활동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284일 동안 외국 정상과 27차례 통화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두 번째 집권 초기(26차례)와 비슷하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24차례)를 웃돌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활발한 정상 외교를 펼친 스가 요시히데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보다는 적었다.
신문은 문제는 횟수가 아니라 시기와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통화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과 중동 긴장,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졌던 3~4월에 집중됐고 이후에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는 정상 간 관계를 평소 관리하기보다 국제 위기 발생 시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다.
반면 아베 전 총리는 특별한 현안이 없어도 미국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통화하며 정상 간 신뢰를 꾸준히 축적했다. 서방에서는 이 같은 비공개 소통을 '휴대전화 외교(Cellphone Diplomacy)'라고 부른다. 평상시 구축된 신뢰는 안보 위기나 경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별도의 외교 절차 없이 신속한 공조를 가능하게 하는 '외교의 안전망'으로 여겨진다.
최근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북한 핵·미사일 대응, 대만해협 긴장, 중동 에너지 안보 등 복합적인 외교 현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상 간 직접 소통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국가의 협상력과 외교 영향력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결국 외교에서 신뢰는 위기 이후가 아니라 평상시 축적된다. 일본경제신문의 이번 분석은 정상 간 전화 외교의 횟수보다 언제, 어떤 목적으로 소통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다카이치 총리가 주요국 정상들과 안정적인 소통 체계를 복원할 수 있을지가 일본 외교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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