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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갈등 심화…캐나다, 유럽으로 눈 돌렸다

  • 김동욱 기자
  • 입력 2026.09.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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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한때 북미 지역에서 가장 견고한 양자 관계로 평가받았던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전례 없는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2025년 이후 양국 간 무역과 안보 분야의 마찰이 계속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도 깊은 균열이 생겼다. 이와 동시에 캐나다는 외교 전략을 빠르게 조정하며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월 16일 EU 집행위원장은 연례 ‘연합 연설’에서 캐나다를 EU 최초의 ‘준회원’으로 초청하자는 전례 없는 제안을 내놓았다. 양측 관계를 기존의 무역 중심에서 보다 포괄적인 ‘미래 지향적 연합’으로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캐나다와 유럽의 협력 움직임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026년 8월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캐나다 측은 협상 직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하고 협상 대표단을 소환했다. 이어 전국 TV 연설을 통해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이 미국 측이 마지막 순간에 “불공정하고 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으며 캐나다의 주권을 침해하는” 강경 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약 200억 달러 상당의 캐나다 상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섰다.


이번 무역 분쟁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2025년부터 미국은 캐나다산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잇달아 인상했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 적용 대상이 아닌 캐나다 제품에는 35%의 관세를,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는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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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무역·안보 갈등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캐나다가 유럽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국제정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캐나다 측은 미국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자국이 사실상 “공격”받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양국의 전통적인 협력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의 정책이 계속되면서 캐나다 역시 기존의 대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남쪽 이웃 국가의 지속적인 압박에 직면한 캐나다는 외교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12월 캐나다는 EU의 ‘유럽 안보 행동’ 계획 가입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해 이 방위 자금 조달 계획에 참여한 최초의 비EU 국가가 됐다. 총 1,500억 유로 규모의 이 사업은 캐나다 국방 제조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캐나다 측은 군사 조달처를 다변화해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26년 들어 캐나다와 유럽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3월 캐나다는 북유럽 5개국과 국방 산업과 북극 안보 분야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5월에는 유럽의회가 캐나다의 ‘유럽 안보 행동’ 참여를 승인했고, 캐나다는 이후 이 체계 아래 첫 국방 계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캐나다 지도자가 프랑스와 영국을 방문하고 유럽의회에서 연설하며 국방, 에너지, 핵심 광물, 인공지능 등 주요 분야의 협력을 추진했다.


캐나다가 유럽과 가까워지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행보가 이어지면서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기존 대미 관계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은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맹 관계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세와 기술 규제, 안보 공약까지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동맹국에 자국의 전략적 구도에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캐나다는 무역 협상에서 강한 압박을 받았고, 유럽 역시 방위와 에너지, 산업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반드시 안정적인 관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무역과 안보,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제 정세가 바뀌는 순간 그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유럽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공급망과 방위, 핵심 광물 분야에서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우려를 외면한 채 ‘미국 우선’ 기조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전통적인 동반자들과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인 압박이나 명령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협력이다. 미국이 동맹국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자국 전략에 따라 움직여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고집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미국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동맹을 압박해 얻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신뢰를 잃으면서 치러야 할 장기적인 비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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