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남편은 2004년 2월 한국에서 돈벌이 하다가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가족사망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갔던 저는 장례를 마치고 그냥 한국에 불법체류자로 눌러 있으면서 남편대신 돈을 벌어서 두 아들의 대학공부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일자릴 찾아서 일하는 내내 저는 누구한테도 남편의 사망사실을 밝힌적이 없습니다. 아저씨는 중국에서 집을 지키고 있다고 몸이 안 좋아서 한국에 못 나온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쩐지 남편없는 과부로 누구에겐가 보이는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예측대로 남들은 저를 아주 단정하고 유복한 여자로 봐 주었습니다. 두 아들은 북경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있고 남편은 착하고도 순하게 아내가 떠난 빈집을 지키고 있단다. 그렇게...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 대학을 졸업하고 북경에서 직장까지 찾은데다 오랜 불법체류자 생활에 병원검사 한번 받아보지 못한고로 몸이 아파서 저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지난해에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저는 남들한테 과부로 보이는게 싫어서 고향집을 처리하고 살기좋은 조선족지구에 새 아파트를 마련해서 이사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래서 남편이 한국에 "살아 계십니다." "애들 아빠는 한국에서 돈벌이 하고 있다."그렇게요........ 애들은 북경의 다들 알아주는 좋은 직장에 취직들을 해서 걱정이 없고, 한국에서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저는 역시 이웃들이 부러워하는 정직하고 유복한 여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가족사진도 멋지게 커다란 액자를 해서 보란듯이 객실에 걸어 놓았으니 누가 봐도 제말이 거짓말 같질 않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조금 이상해 할것 같으면 북경에 아들한테 잠깐씩 다녀옵니다. 그러고는 또 남편보러 한국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불법체류자였던 저한테 F-4비자가 있을수 없는터에 대한민국에 그리 뻔질나게 다닐수 있다는것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 되겠죠!?

물론 거짓말을 하는게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과부인 것이 들통이 나서 박복한 여자로 살기보담은 훨씬 나은것 같은걸 어떡하겠습니까?! 그리고 솔직히 전 남편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죽어도 인정하기가 싫습니다.

내 사랑 그이께서는 2002년 8월 12일, 저한테 "따악 3년간만 애들을 지키고 있으라 잉? 이제 한국가서 내가 돈을 이따만치(그러면서 그이는 두팔을 크게 벌려 저한테 한아름을 시늉해 보였습니다.) 벌어다가 당신을 호강시킬 기라!" 그렇게 말하고 비행기 타기 직전 저를 마지막으로 포옹해 주셨습니다.그런 그이의 체취가 아직도 저의 코끝에서 맴돕니다. 그이의 말소리도 제 귀가에 쟁쟁합니다.한데 그것이 끝이 될줄을 뉘라서 짐작이나 했을까요? 아! 눈물이 앞을 가려서 글짜들이 안보이네요......

한국간지 일년반만에, 매일 한번씩 저한테 전화를 주시던 그이가. 그날도 마지막 통화를 한지 두 시간 만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고 소식이 왔습니다. 대학공부중인 두 아들의 어마어마한 등록금 때문에 돈을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일년 반 동안을 쭉 야근만 했던 남편은 지나친 무리로 심혈관 파열이 와서 그리 된 것이랍니다. 아 불쌍해서 어떡합니까?! 실로 하늘땅이 뒤집히나 다름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집 대들보가 내려 앉고 우리집 하늘이 무너지고 우리집 대통령님께서 돌아 가신 것입니다. 일년 반 동안을 제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그인데 만나지도 못하고 그렇게 영영 가시다니! 며칠을 울며불며 제정신도 없이 출국수속을 해서 저는 한국에 갔었고 친척들의 옹위하에 남편의 장례도 물론 치렀지만 그때는 제 정신이 들지 않아선가 그이의 시신을 손으로 직접 만지기도 했건만 그냥 꿈같이 아리숭하고 그래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 계실 때의 정경이 더더욱 뚜렸해 질뿐.....

어차피 그냥 살아 있을때도 한국과 중국에 그렇게 서로 헤어져 있다가 세상 뜬거니까.... 그래서 그것이 거짓말의 근원이 된것 같습니다. 아 그이는 살아계신다. 절대로 세상 뜬게 아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거기서 자아위안을 얻게 되고..........

거짓말을 하는 내내 저는 늘 몹시도 흥분이 되고 행복합니다. 남편은 내내 살아 계시니깐요. 살아있어도 한국과 중국은 자유왕래를 할 수 없는 두나라이고 그래서 서로가 만나지 못하는 점만은 살든 죽든 똑같은 게 아닙니까? 그럴바엔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게 낫겠죠.

그래서 저는 제가 죽는 날까지 쭈욱 남편의 사망 사실만은 숨기면서 살 겁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저만 좋으면 그만이니깐요. 그리고 제가 거짓말하는 동안 남편은 내내 제가 만날수 없는 어떤 곳에 건강하게 살아 계셔 주어서 차-암 행복하답니다. 언젠가 저도 그곳에 가는 날이 오겠죠..... 그날까지 남편은 하늘나라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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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짓말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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