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 김 혁(재중동포 소설가)
 
 

횡단보도, 중국에서는 얼룩말선(斑馬線)이라 부른다. 횡단보도의 표지가 얼룩말의 무늬를 꼭 닮은데서 연유된 이름이다.
 
얼룩말은 주로 아프리카에 분포하여 서식한다. 얼룩말하면 아름다운 무늬로 유명할뿐더러 조화로운 단체 생활로도 이름있다.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데 많이는 그 수효가 수천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룬다고 한다.
 
령양이나 기린들과 곧잘 어우러지는 온순파인 그들은 이른 아침과 해질녘이면 물을 찾아 먹는데 그렇게 많은 수효임에도 늙은 수컷이 이끄는대로 줄을 지어 물을 먹는다. 참으로 동물계의 질서에 감탄이 절로 나게하는  가관의 풍경이다.
 
연변에 가면 횡단보도가 필요 없슴돠.
그냥 냅다 뛰여가면 자동차가 느려가지고
사고가 나더라도 상처가 안남돠.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회수가 꽤 높은 랩이다. 그 가삿말이 개그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개그로만 웃어 넘길수 없는 대목이다.
 
해외에서도 거론될만큼 사거리에 나서면 붉은 등을 무시한채 무단횡단을 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횡단보도가 마치 자기 집 뒤뜰인양 지축자축 노량으로 지나는 아저씨, 붉은 등을 그 무슨 모델쇼의 조명등으로 아는지 무시한채 교태를 흘리며 지나는 아가씨, 혼자서는 직성이 풀리지않는양 어깨동무 하고 무리지어 지나는 이들... 하기에 순경들이 목청깨져라 소리 지르고 곤봉을 내저으며 질서바로잡기에 마냥 드바쁘다.
 
뿐만아니다 무단횡단은 해외에서도 꺼리낌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요즘들어 한국에서 무단횡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조선족의 사례가 속출하고있다.
 
지난 10월23일, 영등포구 D아파트 앞 대로 인도에서 중앙차로 뻐스정류소를 향해 무단횡단하던 조선족 C(46) 씨가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같은 달31일, 금천구 시흥대로를 무단횡단하던 조선족 B(52) 씨가 승용차에 들이받힌 뒤 다른 차선으로 튕겨 나가 다른 승용차와 또다시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B 씨는 이 사고로 숨졌다.
 
지난 11월 12일에는 구로구 디지털단지 오거리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조선족 A(녀·42) 씨가 승용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A 씨는 오른쪽 발이 부러져 수술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매체와 중국동포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조선족들이 교통사고가 잦은 까닭이 한국 교통법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도 있지만 중국에서 무단횡단하던 습관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오는 조선족들에게 자체적으로 기초질서교육과 교통법규교육을 80시간 실시하고는 있지만, 이미 중국에서 무단횡단하던 습관이 있어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짚어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중국어로 된 전단지로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알리며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는 등적극 홍보하는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야말로 부끄럽기짝이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횡단보도 무단횡단은 교통사고 및 교통체증을 유발시킬뿐더러 한개 도시와 도시인들의 위상에도 커다란 오점을 남긴다. 교통부문에서 교통질서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횡단보도 무단횡단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줄을 긋는다는 것은 방향을 정해주고 기호로 만들어 조직화하는 행위이다. 줄무늬는 자연의 무질서를 질서 있게 정돈해서 정화시키고 재정비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을 접하는 횡단보도의 풍경은 줄지은 얼룩말들이 찾은 못가와도 같은 미경이 아니다. 가장 지능화 된 동물로 군림하여 만물의 질서를 규제한 인간들이 스스로 그 기본적인 질서를 흩트리고 있다. 그리하여 지어 허위단심 찾아 간 고국에서 마저도 그 무질서한 추태를 드러내고있는 것이다.
 
질서 바로잡기라는 화두는 다만 교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모두에게 부여된 구체화되고 인성화 된 가장 기본적인 요구이다. 너나가 이 공덕의 대시험장에서 참다운 응시자의 자세를 보일때 이는 량호한 사회품질 및 개인수양의 발현으로 자리잡게 될것이다.
 
횡단보도, 눈과 발로 걷던 그곳을 마음으로 건너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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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칼럼] 횡단보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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