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핵잠수함 개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황쉬화(黄旭华) 중국공정원 원사가 29일 고향인 광둥성 산웨이(汕尾)시에서 영면에 들었다. ‘공화국 훈장’과 ‘국가 최고 과학기술상’을 받은 그는 중국 최초의 핵잠수함 설계 총책임자로, 생전에 “이 생은 조국을 위하여, 이 생은 핵잠수함을 위하여, 이 생은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문장이 그의 묘비 뒤편에 새겨져, 이른 더위 속 조용히 그를 배웅한 조문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묘소는 산웨이 훙하이완(红海湾) 경제개발구 ㄴ내의 항일열사묘역 옆에 조성됐다. 삼각플라워가 무성히 피어난 자리, 푸른 노송과 측백이 둘러싼 작은 묘에는 황 원사의 유해가 조용히 안치됐다. 묘비 양옆으로는 자필로 쓴 시구와 생애를 담은 석판이 나란히 놓였다. 하나는 그가 핵잠수함 심해 실험에 직접 탑승해 성공을 거둔 뒤 적은 글귀, 또 하나는 평생의 연구 여정을 간결히 정리한 생애 요약이다.
황쉬화는 1926년 광둥성에서 태어나, 국립교통대학(현 상하이교통대학)에서 선박 제조를 전공했다. 1958년 중국 정부가 ‘국가 최고 기밀’로 핵잠수함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그는 29명의 핵심 설계진 가운데 한 명으로 발탁됐다. 이후 30여 년간 고향을 찾지 않았고,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업무를 알리지 못한 채 침묵 속 연구를 이어갔다. ‘가족에게도 편지를 쓸 수 없었던 세월’로 기록되는 이 시기는, 황 원사 스스로 “후회 없는 삶”이라고 말했던 삶의 핵심이었다.
황 원사는 올해 2월 6일 후베이성 우한에서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긴 세월 동안 중국에서조차 그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과학자, 한 사람의 기술자가 한 시대를 어떻게 지탱해 왔는지에 대한 기억은, 이제 묘소 너머 그가 남긴 세 줄의 문장 속에 깊이 새겨지고 있다.
묵묵히 걸어온 과학자의 길, 말없이 감당한 시대의 책임, 그리고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 놓고 간 후회 없는 삶. 황쉬화의 묘소는 그저 한 사람의 안식처가 아니라, 중국 근현대 과학기술사의 조용한 이정표이자, 조국과 기술을 동시에 껴안았던 한 세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BEST 뉴스
-
시진핑 “15차 5개년 계획, 누리꾼 의견 반영하라”…중국식 민주주의 강조
[동포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수립 과정에서 국민들의 온라인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번 의견 수렴 과정을 “전 과정 인민민주주의의 생생한 실천”이라고 평가하며, 각급 당위원회와 정부가 국민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폭넓게 민의... -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광복 80주년 기념 '제12회 발표회' 개최
▲<지구촌 한글학교 미래 포럼> 제11회 발표회(7.14) 전경 (사진제공=지구촌 한글학교 미래 포럼) [동포투데이]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공동대표 박인기·김봉섭)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총장 최용주)가 오는 8월 19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 위치... -
“핵 없는 세상”의 약속 되새긴 히로시마…피폭 80년, 살아남은 이들의 마지막 증언
[동포투데이] 8월 6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는 정적이 흐른 가운데 8시 15분 정각, 평화의 종이 울렸다. 80년 전 같은 시각, 미군의 B-29 폭격기가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이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날의 상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
광복 80년, ‘함께 찾은 빛’으로 미래를 밝히다
[동포투데이]광복 80주년을 맞는 경축식이 8월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는 올해 경축식 주제를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로 정하고, 독립유공자 유족과 국가 주요 인사, 주한외교단, 시민과 학생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
조국·윤미향 등 대거 포함…이재명 정부 첫 광복절 특별사면 단행
[동포투데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단행한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은 “파렴치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며 ... -
정청래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 유산, 후배들이 이어갈 것”
[동포투데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지도자”라고 회고하며, 현재 정치 현실과 연결한 ...
NEWS TOP 5
실시간뉴스
-
中, 반도체 기술 한국 추월…메모리 칩 제외 전 분야서 앞서
-
시진핑·푸틴, 베이징서 회담…“전승 기념하며 전략 협력 강화”
-
우원식 국회의장, 베이징 도착…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 참석
-
김정은, 6년 만에 베이징 방문 “다시 찾아 기뻐”
-
中, 9월 3일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지정 배경은?
-
日, ‘9·3 열병식’ 보이콧 호소…역사 인식 불안 드러내
-
SCO 회원국 정상회의, ‘톈진 선언’ 채택…평화·안보·경제 협력 강화
-
펑리위안, 상하이협력기구 정상 배우자들과 톈진 하이허 유람
-
시진핑,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서 “더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강조
-
시진핑·모디 회담 “중-인 친선은 올바른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