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16일 저녁, 하얼빈 군리 외탄습지공원에 들어서자 북과 장구의 울림이 강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흥겨운 리듬이 공원에 퍼지자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무대 위,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긴 물소매를 휘날리며 춤사위를 펼쳤다. 붉은 치마와 흰 저고리 자락이 원을 그리며 흘러가자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환호했다. “이런 춤은 처음 봐요. 정말 공주님 같아요!”라며 9살 리웨이 양은 부모 손을 잡고 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대 앞쪽에 자리한 60대 조선족 주민 김춘자씨는 공연 내내 북 장단에 맞춰 손뼉을 쳤다. 그는 “젊을 적 마을 잔치에서 보던 춤이 그대로 살아났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다 납니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곁에 앉은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문화가 잊히지 않고 이어지는 게 참 고맙다”고 덧붙였다.
행사장 한켠의 음식 코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치와 잡채, 떡을 맛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시식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맵지만 시원한 김치 맛이 여행의 피로를 다 풀어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30대 직장인인 그는 “하얼빈에 출장을 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가장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놀이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줄다리기에 몰두했고, 부모들은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아이에게 이런 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 좋다”는 말과 함께, 한 조선족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리 민족의 놀이야”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관람객들은 무대 가까이로 몰려들었다. 20대 대학생 왕즈위 씨는 친구들과 손뼉을 치며 “민속 문화가 이렇게 신나는 줄 몰랐다. 단순히 공연이 아니라 축제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룡강일보는 이번 행사를 두고 “조선족의 생활 속에 이어온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여러 민족이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구호보다 더 생생한 ‘축제의 힘’이 읽혔다.
북소리와 환호가 뒤섞인 여름밤, 하얼빈은 잠시 작은 민속마을로 변해 있었다. 낯선 관광객과 오래 정착해온 주민이 함께 박자를 맞추며, 그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문화’의 의미가 새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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