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2025년 9월 26일 아침, 백두산 자락은 맑은 하늘 아래 싸늘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목에는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카메라를 든 한국인 청년들, 러시아와 몽골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백두산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긴 오르막을 지나 마침내 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화산호는 잔잔하면서도 위엄 있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맑은 가을 햇살이 호수 위에 비치자, 푸른 물결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장엄한 기운을 발산했다. 민족의 정기를 상징하는 그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한국 관광객 중 한 노신사는 두 손을 모아 “백두산은 언제나 우리 민족의 뿌리를 느끼게 한다”고 중얼거렸다.
천지를 감싼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오랜 세월 바람과 눈비에 깎여 거대한 성벽처럼 서 있었다. 곳곳에는 여름을 버티고 남은 풀이 바람에 흔들렸고, 바위 사이사이로 핏빛처럼 붉은 단풍이 스며들어 가을 산의 장엄한 빛깔을 더했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화면에 담긴 모습이 실제의 웅장함을 따라갈 수 없다는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산 정상의 바람은 매서웠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 단체로 구호를 외치며 기념하는 관광객, 연령층을 불문한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그 모습은 마치 ‘국경 없는 성산’의 풍경 같았다.
백두산은 오랫동안 한민족에게는 민족의 영산으로, 중국인에게는 장엄한 명산으로 기억돼 왔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방인들까지 더해지니, 그 신비로운 호수는 단지 한 나라의 상징을 넘어, 동북아 여러 민족이 함께 숨결을 나누는 공간으로 보였다.
싸늘한 바람 끝에서 기자는 다시금 백두산의 이름을 되뇌었다. 천지를 마주한 순간, 그것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국경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기억과 정체성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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