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요즘 중국 거리엔 외국인들이 넘쳐나요.” 지난 주말, 충칭(重庆) 홍야둥(洪崖洞) 관광지 입구.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 속에서 금발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셋 중 한 명꼴로 눈에 띄었다. 현지 시민들은 “여기가 중국인지, 유럽의 관광지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국가이민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916만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300만 명 이상이 ‘무비자 입국자’로, 단순 계산으로 하루 약 10만 명의 외국인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 푸둥공항의 풍경은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자동입국 게이트에는 내국인들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옆의 수동심사 창구에는 각국 여행객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상하이 예원(豫园)에서는 서양 관광객들이 “중국 결제 시스템은 정말 미래 같다”며 감탄을 터뜨렸다. “환전도, 복잡한 앱 설치도 필요 없어요. 카드 한 번 스윽—끝이에요.” 디지털 결제, 고속철, AI 안내 시스템 등 첨단 인프라가 일상이 된 중국은 외국인들에게 그 자체로 ‘미래 체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
산둥 타이산(泰山)에선 착용형 로봇으로 등산을 체험하는 관광객이 등장했고, 선전 지하철역에서는 QR코드로 입장하는 시스템에 감탄이 이어졌다. 인도 출신 여행 블로거는 “중국의 고속철은 마치 SF 영화의 지상 순항함 같다”며 SNS에 영상을 올렸다. 요즘 중국의 주요 관광지 영상을 보면 열 개 중 세 개는 외국인 콘텐츠다. 장자제(张家界) 숲속에서 좀비춤을 추는 외국인, 베이징 이화원(颐和园)에서 청나라 복장을 입은 서양 여성, 상하이 와이탄(外滩)에서 생방송하는 러시아 유튜버…. “중국의 모든 도시가 글로벌 무대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렇다면 왜 일상에서는 외국인을 잘 보지 못할까. 실제로 80%의 외국인 관광객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청두, 시안, 항저우, 충칭 등 8대 도시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공항이나 구시가지, 유명 관광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외모로는 외국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중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방공항이 늘어나면서 입국 경로도 다양해졌다. 산시(山西)성 다퉁(大同)은 저가 항공 노선 덕분에 외국인 입국이 전년 대비 5~9배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에는 완화된 입국 정책이 있다. 9월 15일부터 중국은 러시아인 대상 1년간 무비자 제도를 시범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무비자 우호국’은 47개국으로 늘었다. 144시간(6일) 체류가 가능하던 경유 무비자 제도도 240시간(10일)으로 연장됐고, 적용 대상은 55개국으로 확대됐다.
호주 여행 유튜버 ‘잭 부부’는 “이젠 단지 비행기표만 사면 중국에 올 수 있다. 서류 준비나 대기 시간도 없다”며 “이 정책이 중국 여행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가성비’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동안 중국만은 물가 안정세를 유지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체감 물가가 훨씬 낮다. 런던에서는 한 그릇 138위안짜리 ‘란저우라면’을, 중국에서는 15위안에 맛볼 수 있다. 프랑스 블로거 피에르는 “유럽 5성급 호텔 절반 가격에 중국 호텔을 즐길 수 있다”며 “이런 가성비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외국인들의 여행 방식도 달라졌다. 단체 관광 대신 ‘현지 체험형’이 대세가 됐다.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는 뉴질랜드 학생들이 직접 만두를 빚으며 현지 문화를 배웠고, 쓰촨성 아야(雅安)에선 일본인 관광객들이 ‘판다 고향’을 찾는 성지순례 행렬을 이뤘다. 특히 ‘향향(香香)’의 고향인 야안은 일본 관광객 예약이 폭증해 항공사가 도쿄·오사카·삿포로 직항편을 증편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독일어, 프랑스어, 아랍어, 스페인어 통역은 하루 500위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폭증했다. 맞춤 여행 기획자, 촬영 보조, 여행 영상 전문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직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린성 훈춘(珲春)에서는 거리 곳곳에 러시아어 간판이 등장했다. 러시아 관광객 덕분에 숙박업과 음식점이 활기를 띠었고, 현지 식당들은 러시아어 메뉴판을 도입했다. “이젠 새벽 3시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아요.” 한 조선족 고깃집 사장은 매출이 세 배로 늘었다며 웃었다.
현재 중국의 171개 도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볼 수 있다. 내몽골 사막 캠프부터 윈난(云南)의 옛 골목까지, 스마트폰을 든 배낭족들이 넘쳐난다. 국가이민관리국은 올 국경절 연휴 기간 하루 출입국 인원이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인은 ‘해외여행 대군’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중국을 찾고 있다. 한 외국인 어린이는 출국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
그 말처럼, 지금의 중국은 세계를 향해 스스로의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이번 연휴, 거리에서 낯선 언어를 들으면 놀라지 말자. 그들은 2천만 명의 ‘중국을 만나러 온 손님’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친절한 안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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