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지린성 연길의 밤은 조용하고 냉랭할 것이라는 북방 도시에 대한 통념을 단숨에 뒤집는다. 해가 지면 거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공기를 데운다. 그 중심에는 연길의 대표적인 명소로 떠오른 ‘왕훙챵(网红墙)’이 있다. 이름 그대로 ‘왕훙(网红, 인터넷 셀럽)’들이 찾는 거리형 명소로, 연길의 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왕훙챵의 네온사인은 한글과 한자가 뒤섞인 중·한 이중 언어로 반짝인다. 길을 따라 들어서면 조선족식 비빔밥, 신장식 대형 꼬치, 치즈 불닭볶음면, 마라볶음 등 각양각색의 향이 뒤섞여 코끝을 자극한다. 화려한 장식도, 값비싼 식기도 없지만 양 많고 맛 좋은 한 그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저녁 8시가 넘으면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찬다. 불빛은 더욱 짙어지고,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터진다. 길모퉁이 사진관에서는 한복을 빌려 입은 젊은 여행객들이 포즈를 잡는다. 연길의 네온 불빛 아래, 그들은 잠시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다.

왕훙챵에는 먹거리뿐 아니라 연변 특산품과 민속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도 늘어서 있다. 상인들의 손짓과 흥정의 말소리가 뒤섞이고, 알록달록한 간판 사이로 퍼지는 냄새와 웃음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SNS에서 뜬 거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광지=비싸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곳,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의 정직한 활기가 여전한 곳이다. 1인당 몇십 위안 이면 배불리 먹고 즐길 수 있고, 상인들은 “손님이 많아야 우리도 산다”며 웃는다.

불닭, 떡볶이, 짜장면, 부대찌개 등 익숙한 한식 메뉴들이 중국식 꼬치나 마라요리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중·한 두 나라의 음식 문화가 하나의 거리 안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이곳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한 손에 ‘延吉’ 로고가 찍힌 커피컵을 들고, 화려한 네온 불빛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면 연길의 밤이 완성된다.

왕훙챵의 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이 도시가 살아 숨 쉰다는 증거이며, 지역의 사람들과 여행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현대판 장터의 풍경’이다.
연길의 밤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그 중심에 선 왕훙챵을 꼭 가보자. 그 속에서 당신은 차가운 북방이 아닌, 따뜻한 사람들의 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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