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정책문건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서반구(西半球) 주도권 회복을 선언한 직후여서, 미 언론은 중·미 간 영향력 경쟁이 한층 격화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정책문건’을 공개했다. 약 6700자 분량의 이 문건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하며,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들과 “같은 호흡, 같은 운명”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2월 31일(현지 시각) “이번 문건은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 해당 지역을 겨냥해 내놓은 첫 체계적 정책 문서”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서 영향력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전략적 관여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대국 경쟁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중·미 영향력 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은 2008년과 2016년에도 두 차례 대라틴아메리카 정책문건을 발표해 ‘평등·호혜·공동발전’의 협력 관계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문건은 무역·투자·금융·과학기술·인프라·교육·문화·농업·기후변화 등 40여 개 분야를 포괄하며, 협력의 구체적 실행 경로까지 담았다.
WSJ는 “이번 문건이 2016년 정책을 토대로 안보와 거버넌스 분야까지 대폭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CSIS는 중국이 인프라 투자, 핵심 광물·에너지 개발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며, 미국 외의 또 다른 핵심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의 존재감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라틴아메리카가 ‘일대일로’ 협력 범주에 포함된 이후 현재 20여 개 국가가 참여했고, 중국은 일부 국가에서 미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됐다.
CSIS 공동 저자인 라이언 버그는 “중국 전략의 핵심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중국은 이에 대해 “라틴아메리카와의 협력은 상호 존중과 호혜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지정학적 계산이나 군사적 의도는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 같은 신경전은 최근 베네수엘라 문제를 둘러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도 드러났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은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정면 비판에 나섰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신 국안 전략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의 최우선 협력 지역’으로 규정하며, 이른바 ‘트럼프식 문로주의’를 공식화했다. 미 언론은 문건 속 ‘부채 함정’ 등의 표현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외교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CELAC) 포럼 4차 장관급 회의에는 브라질·콜롬비아·칠레 정상까지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독립과 자주적 발전을 지지한다”며 강권 정치와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정책문건이 단순한 외교 선언을 넘어, 서반구를 둘러싼 중·미 경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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