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이 걸프 국가들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보복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걸프 국가들에 담수화 시설은 사실상 생존 기반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협은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선 치명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하며 48시간 시한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미국과 중동 내 동맹국들의 에너지·정보기술 시설은 물론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담수화 시설’이라는 표현이 공개되자 국제사회는 즉각 긴장하고 있다.
두바이의 한 투자회사 창업자인 마리오 나왈은 “이란의 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담수화 시설”이라며 “이는 걸프 국가들의 생명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위협이 현실화되면 걸프 지역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걸프 국가들의 식수는 대부분 바닷물을 정수해 공급하는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상위 10개 담수화 시설 중 8개가 아라비아 반도에 있고, 이 지역은 전 세계 담수화 능력의 약 60%를 차지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수도 리야드 주민 약 850만 명이 일주일 내 대피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국의 의존도도 절대적이다. 카타르는 식수의 거의 전부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약 90%, 오만은 86%,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70%, 아랍에미리트는 40% 이상을 담수화로 충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멈추면 일부 국가는 사실상 국가 기능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중동 약 1억 명이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역에 약 5000개의 담수화 시설이 있지만, 걸프 지역 400여 개 시설이 핵심 공급을 맡고 있고, 이 중 50여 개 대형 시설이 전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구조다. 시설이 특정 지점에 집중된 만큼,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수화 시설이 에너지 시설보다 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는 “담수화 시설은 걸프 국가들의 아킬레스건”이라며 “타격을 받을 경우 충격은 훨씬 직접적이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들은 전력망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공격 시 대규모 단수와 정전, 주민 대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조도 나타나고 있다. 바레인은 지난 8일 자국 내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고, 이란 역시 자국 케슘섬 담수화 시설이 미국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 같은 공격의 선례는 미국이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담수화 시설이 실제로 대규모 타격을 받을 경우 그 여파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설 전망이다. 물 공급 중단은 도시 기능과 산업, 의료, 농업 전반을 동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중동 지역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와 대규모 난민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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